구강보건 이슈 견인할 ‘전담부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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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보건 이슈 견인할 ‘전담부서’ 필요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7.04.1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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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저출산‧치과의료서비스 요구 높아지는데 전담부서는 無…“구강보건의료체계 전반적 검토 있어야”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들은 ‘예방’중심의 치과진료 체계로 전환하면서 구강건강정책 전담 조직을 두고 구강보건계획‧평가, 구강보건 교육, 구강질병감시‧구강질병예방을 위한 근거 수집, 전문적인 구강보건 자문 등 행정적‧기술적 측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치료’중심의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 치과외래 이용률에서 예방진료는 2008년 3.0%, 2010년 1.7%, 2013년 1.5%로 점차 감소추세에 있으며, 이는 보존치료 39.7%, 치주치료 21.6%, 보철치료 17.8%와 비교하면 현격히 낮은 수치다. 우리보다 의료상업화가 더 이뤄진 미국의 경우에도 치과외래 이용별 상대비율에서 검진이 42.5%, 예방이 30.4%로 예방위주의 의료이용이 이뤄지고 있다.

그 규모 또한 2000년 초반에 약 2조원이던 외래치과의료비는 2014년 약 9조원 까지 가파르게 증가했으며, 가계 직접 부담비율은 2013년 84.2%로 OECD 평균인 55.1%보다 높고, 총 의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7.4%에서 2014년엔 8.5%로 증가했다. 즉, 치과치료를 위한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

이를 반영하듯 대통령 공약으로 노인 임플란트 급여화가 실시될 정도로 치과의료 보장성 강화에 대한 국민적 요구도 높다. 아울러 일부 지자체에서 실시하던 ‘아동치과주치의 사업’은 올해 서울시에서는 전 25개 구로 확대 됐으며, 성남시, 광주광역시(일부), 부산광역시 등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치과계 역시도 구강보건전담부서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치러진 제30대 대한치과의사협회장 선거에서도 ‘구강보건정책 전담부서’는 후보자들의 ‘핫 키워드’이기도 했다. 특히, 올바른 치과의료전달체계 수립 뿐 아니라 국민구강건강 차원에서도 중요한 치과의사전문의제도 개선 과정에서 복지부는 치과계 구성원의 갈등조절, 담당 사무관의 잦은 교체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고령화, 저출산 사회로 접어들면서 국민들의 치과의료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장‧단기적 관점에서 국민 구강건강 향상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전체를 조율할 전담부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2017년 현재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 구강‧생활건강과에서 전담 사무관 1명, 주무관 2명, 타 업무와 병행하는 사무관 1명, 주무관 1명 등 총 5명이 구강보건정책과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구강보건사업에 관한 종합계획의 수립‧조정 및 평가 ▲지역사회 구강보건사업의 조정‧평가 ▲구강보건 관련 법령에 관한 사항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이하 수불사업)의 지원 ▲치과의료기관 및 치과의료기기 관련 단체의 지원 및 육성 ▲치과의료기관에 대한 의료지도 ▲구강보건 자격면허 등 인력 수급에 관한 사항 ▲구강보건에 관한 조사 및 연구 ▲구강보건에 관한 교육‧홍보 ▲구강보건 관련 단체의 지원 및 육성 등 10여 가지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의과 전반과 한의과 담당 ‘국’으로 분리돼 해당 업무를 전담하는 데 비하면 턱 없이 적은 숫자다. 이는 치과 보장성 확대를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와도 배치되는 일이다.

적재적소의 평등한 치과의료를 위해

전담부서의 유무와 국민 구강건강의 수준은 여러 통계와 연구들이 말해주고 있다.

1997년 문민정부~2007년 4월 민주정부 구강보건(정책)과란 이름으로 전담부서 회복‧운영 됐다. 그러나 2007년 5월부터 현재까지 타부서와 통합돼 ‘구강‧생황건강과(구강‧가족건강과)’로 축소 운영되고 있다.

강릉원주대 치과대학 정세환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명박‧박근혜 정권 10여 년 간 구강건강정책 구조 및 기능은 점차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에 따르면, 중앙정부의 구강보건 예산은 2010년 264억 원에서 2011년 189억 원, 2012년엔 164억, 그리고 2016년엔 64억 원으로 급감했다. 또 보건소 등 공공부문 치과의사수 역시 2010년 711명에서 2014년엔 362명으로까지 줄었다. 이와 더불어 공공부문 치과이용 상대비중 역시 2008년 3.0%에서 2013년엔 0.5%까지 떨어졌다.

반면, 만 12세 어린이의 충치 경험 영구치아 수는 1978년 2.3개, 1991년엔 3.0개, 2000년엔 3.3개까지 많아졌다가, 2006년 2.2개, 2010년 2.1개, 2012년 1.8개 까지 떨어졌다, 2015년 1.9개로 정체되고 있다.

이에 정세환 교수는 “1970년대부터 2000년까지의 급증 양상은 소득증대에 따른 설탕섭취 급증과 연관을 둘 수 있다”면서도 “2000년대 초반의 급감 양상은 구강건강정책 전담부서 설치와 더불어 강력히 추진된 수불사업과 치아홈메우기사업 등의 구강건강정책의 성과로 해석하는 게 옳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 교수는 “2012년 이후의 정체 양상은 구강건강 정책 기능의 축소로 현상유지에 급급한 것으로 해석 된다”며 “구강건장정책기능이 잘 발휘되는 선진 외국의 경우 더욱 감소되는 상황을 관찰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구강건강정책 전담부서가 설치된 덴마크, 네덜란드, 영국, 독일, 핀란드, 스웨덴 등의 경우 만 12세 아동의 충치경험 영구치 수는 0.9개 이하로 조사됐다.

▲(좌) 만 12세 충치 경험 영구치아 수 변화추이(개) /자료출처: 2000-2015. 국민건강통계 등 (우) OECD국가의 만 12세 충치경험 영구치 수(개)/ 자료출처: OECD Statistics

이렇듯 전담부서의 부재는 일반적 구강건강 수준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일 뿐 아니라, 저소득, 장애인, 아동 등 사회취약계층으로 갈수록 공공치과의료 기관‧인력 등의 부족으로 구강상태는 더욱 심각하다.

2014년 기준 민간 치과병‧의원수는 1만6천개소를 넘어섰으나, 서울과 경기지역에 민간기관이 55.8%가 집중돼 있는 등 높은 지역적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장애인을 위한 구강보건사업을 실시하는 공공기관은 2013년 전국보건소 및 지소 271곳 중 35.8%인 97개소에 그쳤다.

또 보건복지부가 2014년 발표한 국민건강통계자료에 따르면 만19세 이상 성인에서 ‘잇몸병 유병률’은 고소득자의 경우 23.3%, 저소득자의 경우 28.8%였으며, 동(洞)에 거주하는 경우엔 25.3%, 읍‧면에 거주하는 경우엔 32.0%로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6년 복지부에서 발표한 ‘구강보건사업 중장기 발전방안’에서 장애여부에 따른 구강병 예방서비스 이용율의 차이를 보면, 비장애인의 이용율은 ▲치아홈메우기 13.8% ▲스케일링 17% ▲영유아구강검진 33%인데 반해, 장애(중증장애)인의 경우 ▲치아홈메우기 7.1% ▲스케일링 8.9% ▲영유아구강검진 19.1%로 2배가량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담부서 설치…왜곡된 의료체계 개선의 출발

이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공동대표 김용진 정갑천) 구강보건정책연구회(회장 전양호 이하 연구회)에서는 치과의료 수급의 불균형을 개선하고, 치료에서 예방 중심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서 치과의료체계 정립을 견인할 전담부서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연구회는 보건복지부내 ‘구강건강정책관’ 설치를 제안하고, 보건의료정책 수립 과정에서 구강건강정책의 관점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구강보건정책 및 치과의료정책 개발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구강건강정책관 내에 ▲구강보건정책과 ▲치과의료정책과를 두고 각각의 업무를 수행토록 하는 것이다.

구겅보건정책과는 과장 1인, 사무관 3인, 주무관 4인을 두고 ▲구강보건사업 기본계획 수립, 조정 및 평가 ▲지역 구강보건사업 지원 조정 및 평가 ▲수불사업 등 불소이용사업 지원 ▲통합 건강증진 사업의 구강건강 증진 연계 지원 ▲구강보건에 관한 조사 및 연구 ▲구강보건에 관한 교육 및 홍보 ▲구강보건 관련 단체 지원 및 육성 ▲구강보건 관련 법령에 관한 사항을 다루도록 한다.

치과의료정책과는 과장 1인, 사무관 2인, 주무관 3인을 두고 ▲1차의료 강화 및 보장성 확대 ▲치과의료 격차 완화 정책 수립 및 조정 ▲치과의료 인력 자격면허 등 인력 수급 ▲치과의료 기관 지원 및 평가 ▲치과의료 기관 감염관리 ▲치과의료 정보화 ▲치과의료 산업 진흥 정책 수립 및 조정 등을 수행토록 하는 것이다.

연구회 전양호 회장은 “2007년 구강보건전담 부서 해체 이유가 ‘부서는 있는 데 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었다”며 “치과의료비용은 급등하는데 국민구강건강 수준 개선은 미미하고 구강건강불평등 문제는 악화되고 있고, 치과의사들 역시 지금의 현실에 불만족 하고 있다. 즉, 해야할 일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일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 회장은 “전담부서의 부재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갔다”며 “이 기회에 전담부서 설치와 함께 우리나라 구강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발전방향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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