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건치 곁을 지켜온 ‘든든한 조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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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건치 곁을 지켜온 ‘든든한 조력자’
  • 이상미 기자
  • 승인 2017.01.0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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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 조인규 사무국장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공동회장 김영환 주재환 이하 인천건치)에서 건치 중앙에 이어 또 한 명의 상근 사무국장이 탄생했다. 건치 상근자 중 최장기 근무자로 꼽히는 조인규 상근자다.

2006년에 건치에 들어왔으니 이제 햇수로 11년차. 조 신임 사무국장을 직접 본 사람이라면 인천건치 활동을 살뜰하게 챙기는 그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특유의 조용한 목소리로 “이제껏 해온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했지만 그가 꾸려갈 사무국의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건치 중앙 홍민경 사무국장에 이어 상근 사무국장이 된 조인규 사무국장

오래된 근속연수 덕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건치 상근자의 눈에는 '건치의 일부'처럼 느껴질 그다. 그런 조 국장에게 건치와 처음 인연을 맺은 계기를 묻자 대학시절부터 사회생활 초창기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연이 쏟아졌다. 그가 건치와 인연을 맺게 된 과정에는 90년대 운동권 학생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학생회 활동의 끝에 연을 맺은 인천건치

“인하대학교 총학생회에서 2년 반 정도 활동했어요. 인하대는 NL(민족해방 계열), PD(민중민주 계열) 논쟁이 매우 치열한 곳 중 하나였는데 제가 속한 곳은 NL 쪽이었죠. 군대를 다녀왔더니 총학에서 주도권을 잡았던 NL 쪽이 무너져서 돌아갈 자리가 없더라고요. 적을 둘 곳을 찾다가 가게 된 곳이 몰락하고 있던 생활 도서관(사회과학 서적 등 일명 ‘불온서적’을 비치하던 학생 자치 도서관)이었어요.”

당시 조 국장은 생활 도서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도서관 옆 동아리방에 있던 지역 운동권 선배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했다. 그러면서 선배들이 운영하던 단체인 ‘나눔과 함께’에 자원활동가로 참여하게 된다. 이때의 활동이 자동 취업(!)으로 이어졌다. 나눔과 함께에서 1년 정도 일하던 중 인천건치에서 상근 활동가 자리가 공석이 됐고, 이때 조 국장은 인천건치 활동가로 자리를 옮겼다.

“인천건치가 상근자를 새로 뽑고 있었는데 취업 공고를 따로 내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당시 인천건치 입장에서는 의식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인천건치에서 지역 시민사회 단체들에게 추천할 인물을 소개시켜달라고 요청했는데, 그 와중에 제가 가게 된 거죠.”

조 국장이 들어왔을 당시의 인천건치는 이미 보건의료를 넘어 시민사회 분야까지 전방위적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그는 입사 초창기부터 인천건치의 여러 사업을 조율하는 관리자 역할에 충실했다. 그러면서 보건의료 활동에 자신의 관심사인 ‘환경’을 결합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처음 건치에 들어와서 1, 2년 후였을 거예요. 인천건치 일을 하면서 환경운동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방송통신대학교 환경보건학과 수업을 들었죠. 건치 활동을 하면서 수업을 듣는 과정에서 거의 제약이 없어서 좋았어요.”

회원들의 열성적 참여로 기억되는 사업들

조인규 신임 사무국장은 인천건치에서 기억에 남는 사업으로 수돗물불소농도조정(이하 수불사업) 사업과 대북 구강보건 교류 사업을 꼽았다. 특히 수불사업은 조 국장이 인천건치에 입사할 당시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의지가 매우 높았던 사업으로 기억했다.

“제가 입사할 당시 인천건치에서 진행하던 게 수불사업이었어요. 이 사업과 관련해서는 광역시인 인천에서 첫 시도를 해보자는 의견이 강했던지라 다들 열심이었죠. 특히 인천불소시민모임의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정의당 배진교 씨가 인천 남동구청장에 당선되면서 남동구에서 수불사업을 하자며 인천 시를 압박하기도 했어요.”

구강보건의 날 행사 가두 캠페인, 서명전, 찬반 토론회 등 인천 지역에서의 수불사업은 열성적으로 전개됐다. 하지만 보수 정권이 들어서고 보건복지부의 의지가 약해지면서 사업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보수정권의 정책 기조로 아쉬움을 남긴 사업은 이뿐만이 아니다. 남북 구강교류의 물꼬를 텄던 평양 겨레하나 치과병원 사업도 열성적으로 임했으나 중단돼 아쉬움으로 기억된다고 했다.

“북한 쪽 진료는 치료가 아닌 예방이 중심이죠. 원래 사회주의권은 거의 다 예방 중심으로 가긴 해요. 기술이나 재료 같은 것들이 너무 열악하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 치과병동을 세우려면 재료만 보내는 게 아니라 이걸 운영할 수 있게 교육을 시켜야 했던 거예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술을 통한 인적교류가 이뤄졌죠. 사업에 참가한 남한 측 치과의사분들 입장에서는 이 부분을 목표로 삼았던 것 같아요.”

“인천에서 대북 지원사업을 하는 단체인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의 기금, 여기에 인천 시와 통일부 예산을 합해 치과병원을 세웠고 개소식도 했죠.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교류가 원활해지지 못했어요. 그래서 우회적인 루트로 중국 산동성 쪽으로 지원물품을 보냈죠. 산동에 지원물품이 도착한 이후 평양까지 전달됐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았고요. 지금은 아예 지원자금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됐죠.”

상근 활동가로 쌓은 경험...그 와중에 마주한 고민들

조인규 국장은 인천건치의 활동을 통해 각종 구강보건 이슈를 접했다. 나아가 인천의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면서 인천을 기반에 둔 지역 상근 활동가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 과정에서 활동가로서의 역량이 높아졌지만 풀리지 않는 고민들과도 마주했다. 그중 하나는 인천 지역 상근 활동가들의 급여 문제다. 워낙 급여가 적다 보니 “상근자끼리 연애는 해도 결혼은 안 된다”는 식의 말도 나온다 했다.

“제가 처음에 일했던 시민단체는 복지기관의 외피를 쓴 시민단체에 가까웠어요. 때문에 저도 복지사라기보다는 상근자라 할 수 있었죠. 상근자들 급여는 무척 낮아요. 제가 당시 60만원을 받았으니 당시 최저임금과 비슷하거나 더 낮았을 거예요.”

조 국장은 시민사회단체 내에서 임금을 감당할 수 있는 마땅한 수익원이 없다는 점도 문제도 꼽았다. 인천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통합되는 과정에서 상근자들의 임금이 어느 정도 인상됐지만 지금도 턱 없이 낮은 수준이다. 과연 상근자들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급여체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인천 지역은 물론 전국의 시민사회단체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단체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각 단체의 급여 차가 너무 큰 경우도 있었어요. 받던 월급을 하향 평준화할 수는 없으니 높게 받는 쪽으로 급여를 맞췄죠. 그러는 과정에서 상근자 급여 마련을 위한 후원의 밤 행사가 열리기도 했고요. 이런 방식으로 급여를 올렸지만 서울하고의 차이는 여전히 커요. 서울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의 월급도 다른 분야와 비교하면 매우 낮으니...상근 활동가는 어딜 가나 소득분위 최하위에 속해요.”

그에게는 인천 지역 시민사회 활동가로서의 공통된 고민 외에 인천건치 활동가로서 느끼는 특수한 고민도 있다. 건치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상근자의 역할을 명확히 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건치 사업을 할 때 상근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죠. 상근자가 전문가가 아닌 이상 치과라는 고유 영역에 접근할 수 없어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같은 경우 변호사면서 상근활동을 하는 분들이 생겼잖아요. 그 분들은 전문가이기 때문에 사업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입장이지만 건치에서는 상근자가 해당 전문직종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한계가 명확하죠.”

회원 참여로 활성화되는 건치 되길

이런 저런 고민을 털어놓았지만, 그럼에도 조인규 국장에게 건치는 오랫동안 정으로 맺어진 단체다. 쌓인 정만큼 인천건치의 현 상황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는 깊은 생각이 담겨 있다. 조 국장은 현재 회원 참여에 대해 고민하는 인천건치가 젊은 회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 회원들 입장에서는 건치 활동을 이해하기도 전에 사업들이 왕성하게 계속 일어나고 있는 거죠. 게다가 기존 건치 활동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는 것도 아닌 거예요. 젊은 회원들의 참여가 저조한 데에는 이런 이유가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면서 인천건치에 젊은 치과의사들이 들어오게 해야 조직이 활성화되겠죠.”

“젊은 회원들의 큰 관심 중 하나가 보험 등 임상강의 쪽이거든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이런 방면이 활동을 더 강화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강의를 듣는 분들 중 기존 회원들과 마음이 맞는다면 건치 활동을 같이 하기로 제안할 수 있겠죠. 공동의 관심사를 갖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거예요.”

상근자 중 가장 건치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조인규 신임 사무국장. 인터뷰 도중 “요즘 의욕이 없는 시기”라고 되뇌었지만, 차분하게 인천건치의 방향성을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 듯하다.

▲조인규 사무국장 "앞으로 잘 부탁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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