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런 황금 들판은 어디로 가고...
이곳 남쪽은 겨울 윤작(이모작)을 하기 위해 논과 밭을 재 정비한다. 어디를 가던지 논 한가운데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본다. 그 냄새, 아니 나는 향기라 표현할 정도로 구수하고 정겹다.
사람들의 일손은 논과 밭 작물에서 과일 나무로 일이 바빠진다. 그 중에서 요즘 특히 많은 일손으로 바빠지는 일이 감을 따는 일이다. 모든 과일이 그렇듯이 일일이 하나씩 정성스럽게 따지 않으면 흠짓이 생기고 멍이들어 사람들에게 외면 당한다.
감을 따다가 가장 꼭대기의 감은 까치 밥으로도 남겨 놓는 따스함 또한 배워본다.
약간의 흠짓과 약간의 검은 반점도 손으로 반짝거릴 정도로 잘 닦아 바람 통하는 채반 위에 얹어진다.
'대봉' 이라는 감이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홍시인데 홍시 중에서도 크기가 크며 위로 봉긋이 올라 온 듯 예쁘게 생긴 감이다. 단단할 때는 먹지 못한다. 예쁜 색깔로 익을 때까지 나무에서 기다렸건만... 다시 채반위에 얹어져 장롱 위로, 항아리 안에 지푸라기 사이로, 부엌의 찬장위로 올려진다.
다시 기다려야 한다. 얼마나? 더 맑고 빠알갛게 무를 때까지....
감을 따가지고 온지 사 나흘이 지나도 그대로다. 아니 색이 조금은 짙어진 것도 같다. 일곱살 난 우리 아들은 그 앞에 쪼그리고 않아서 뭐라 뭐라 이야기를 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궁금한 것이겠지요. 자꾸 찔러보는 모습이 어서 빨리 달콤한 홍시를 먹고 싶은가보다. 그 모습 또한 나의 모습이지 싶어 살짝 미소지어본다.
왜이리 바쁘고 여유가 없는지... 뭐든 급하고 빨리빨리를 외치며 정신없이 살아가는 내 모습을 본다. 맛있는 홍시를 먹으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데... 너무 서두르거나 너무 재촉해서 자칫 떫은 감을 먹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기다리는 마음
지금 우리는 구강보건교육사업단으로 시작이 되어 지금은 아주 많은 활동은 아니지만, 단단한 감이 조금씩 무르게 되듯이 우리의 일도 하나씩 둘씩 익어 갈 것이다.
감이 익기를 기다릴 때도 항상 관심이 있어야 했다. 너무 일찍 맛을 보면 떫고, 너무 무른 뒤에 맛을보면 상해 있을 수도 있다. 늘 들여다 보고 공기는 안통하는 곳이 없는지, 햇빛이 너무 들지는 않는지 이리 저리 살펴야만 한다.
우리는 같은 관심과 같은 곳을 향하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서로에게 관심과 격려도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 열심히 활동 중인 선생님들과 생각과 뜻은 있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애태우실 선생님들. 지금 조금 늦게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님 지금 내가 함께 하지 못한다고 해서 관심을 접어야 하나, 하는 마음이 있다면 다시 한번 기다리는 마음으로 함께 했으면 좋겠다.
뒷날, 함께 웃는 날을 기다리면서...
구인영(치과위생사)
맛있는 홍시를 먹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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