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리 교수, 치과계의 거목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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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리 교수, 치과계의 거목같은 사람”
  • 이상미 기자
  • 승인 2016.06.2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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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백상치과의원 조영수 원장

대한예방치과ㆍ구강보건학회 지역구강보건 연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공동대표 김용진 정갑천 이하 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가 주관하는 특별 강연이 오는 24일 오후 7시 선릉역 토즈에서 열린다. 

‘구강건강과 사회적 개입’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강연은 예방 치과학계의 큰 별인 故 오브리 샤이함(Aubrey Shaihamm) 교수의 업적을 논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참고로 故 오브리 샤이함 교수는 근거 기반 의학(evidence-based medicine)의 개척자로, 1977년 란셋 저널에 6개월 간격으로 진행되는 치과검진에 이의를 제기해 학계에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또한, 설탕 섭취의 위험성을 알리는 데 앞장서 세계보건기구(WHO)의 설탕섭취 권고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공헌하기도 했다. 

이밖에 그는 구강건강불평등이나 치과인력 문제 등 치과계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에 주목하고 정책 입안이나 과학적 근거 확보를 위한 연구에 매진해, 그에게 가르침을 받은 학생들의 귀감이 됐다.  

본지는 故 오브리 샤이함 교수의 제자이자 영국 UCL 대학 교수인 조지 사코스가 발표하는 본 강연에 앞서, 오브리 샤이함 교수의 학문성과와 그의 업적이 갖는 의미를 조망하고자 한다. 이에 본지는 오브리 교수에게서 예방 치의학을 배웠던 백상치과의원 조영수 원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편집자-

조영수 원장

Q. 오는 24일 ‘구강건강과 사회적 개입’이라는 제목으로 故 오브리 샤이함 교수의 업적을 기리는 특별강연이 열린다. 이 강연이 한국에서 열리는 의미는 무엇인가? 

A. 오브리 샤이함 교수가 치과 의료를 보는 관점은 한국 치과계의 관점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분이 그간 연구해온 학문의 바탕에는 구강건강의 불평등을 구조적 차원에서 살펴보고, 어떻게 불평등의 차이를 좁힐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한국의 치과계에서 이 문제를 고민하기란 쉽지 않기에, 이번 강연이 더 소중한 자리가 될 것이다.

Q. 오브리 샤이함 교수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는지 궁금하다.

A. 2002년 당시 오브리 샤이함 교수 밑에서 공부하려고 운영하던 치과를 접고 영국에 가서 6개월 간 머문 적이 있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 때문에 도저히 살 수 없다고 판단해 영국으로 건너 오게 됐다는 얘기를 들려줬던 것이 기억난다.

오브리 교수의 수업을 듣기 위해 대학에서 함께 공부하던 학생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주로 태국이나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구강보건이 매우 낙후한 나라를 포함한 제3세계 사람들이었다. 학생들 각각이 가진 나름의 사연이 많게 느껴졌는데, 학생들이 오브리 교수에 대해 내리는 평가가 매우 긍정적이었다. 

실제로 오브리 교수가 내준 과제를 제출하면 그 다음날 새빨간 글씨로 과제에 대한 수정 피드백을 채워서 전해주는 식이었다. 그분처럼 학생의 결과물에 대해 자신의 일처럼 진지하게 생각해주면서 꼼꼼하게 살펴주는 교수는 흔치 않다. 그분의 수정 피드백이 적힌 메모를 아직도 갖고 있다.

그분 밑에서 6개월 정도 공부하다가 다시 한국에 돌아오게 됐을 때, 오브리 교수가 어떻게든 다시 돌아와 필드 스터디를 하라며 공부에 대해 독려해줬다. 결국 한국에 돌아와 개원하게 되면서 실현하지 못한 꿈이 됐다.

Q. 미국의 예방치과 분야가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이하 수불사업)에 국한돼 있다면, 오브리 교수가 포함된 유럽 치과계에서는 설탕세나 치과인력 문제 등 예방치과에 대한 관점을 다르게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A. 미국에서는 제과산업 분야에서 예방치과 교수들에게 스폰을 많이 해준다. 업체 입장에서는 불리한 이야기에 대해 가급적 말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설탕이 충치의 주범인 것은 상식적으로 알지만 언급이 잘 안 되니 가려지는 식이랄까.

유럽에서 활동하는 오브리 교수의 경우 병을 만드는 산업, 예를 들어 공해를 유발하는 사업이던 설탕산업이나 제과산업에 대해 총체적으로 접근한다. 미국 학계 입장에서는 원인을 건드릴 용기가 없어 불소 관련 논의에 국한된 상황인데 유럽은 그렇지 않은 거다. 우리나라는 미국식 정서가 있어 수불사업 관련 논의가 계속되는 중인데, 이처럼 유럽은 접근이 좀 다르다.

Q. 유럽학계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하는 오브리 교수가 치과의료 시스템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떠한가?

A. 오브리 교수는 현 의료계에 대해 강 상류, 중류, 하류의 비유를 들어 설명한다. 가령 강 상류에서 건강을 상하게 하는 공장이 있다고 치자. 여기서 병에 걸린 사람들이 하류로 떠밀려 온다. 의사들이 이 사람들을 고친다 해도, 환자들이 사회로 복귀했을 때 다시 병에 걸려 떠내려온다. 현재의 의료계는 이것의 반복이고, 이는 오브리 교수가 강하게 비판하는 지점이다.

오브리 교수가 국민 위주의 구강정책 입안을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치과의사들에게 보장됐던 수익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치과계 입장에서는 공공의 적이 되기도 했다. 저 사람 때문이야, 하면서(웃음).

그에게 구강보건의 초점은 치과의사의 권리 향상보다 국민의 권리 보장에 있었다. 오브리 교수는 구강건강 차원에서 국민의 권리를 확보하려고, 이를 과학적으로 설득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온 것이다.

Q. 강연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오늘날 한국 치과계는 경쟁이 심해짐과 더불어 영리적 경영이 부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을 위한 틀을 새로 만들 여지는 더 적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 국민들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공감대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이들의 활동은 더욱 고립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예방 치과 분야는 오브리 교수를 전혀 접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류재인 교수나 정세환 교수 등 그분의 제자들이 체득하고 실천해온 것들이 있어, 공감대를 만들려는 시도들이 무로 돌아갈 것 같진 않다. 이어질 수 있는 불씨가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더불어 이러한 시도를 지켜주고 받쳐줄 수 있는 것이 건치이기 때문에, 뭐랄까.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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