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저수가의 실체와 의미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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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저수가의 실체와 의미에 대한 고찰
  • 김준현
  • 승인 2016.06.15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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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공동대표

본 기고문은 건강보험 수가협상과 관련한 것으로, 지난 10일 본지에 게재된 『건세넷의 수가계약 비판 기사를 읽고』가 공급자 입장에서의 고충을 토로한 것이라면, 이번 기고문은 가입자 입장에서 바라본 수가협상에 관한 것이다.

본 기고문은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공동대표가 작성했으며, 『건세넷의 수가계약비판 기사를 읽고』에 대한 재반박 글이다.

본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편집자주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지난 1일 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결과에 대한 비판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관련해서 반론 제기가 있었는데 건치신문에 기고된 글을 확인할 수 있다(최유성 경기도치과의사회 정책이사의 『건세넷의 수가계약 비판 기사를 읽고』).

기고문의 내용은 전체적으로 ‘저수가’에 초점을 두고 있고 관(官) 중심의 파이배분, 즉 수가결정 구조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어 있어 그동안 공급자가 제기해 온 내용을 다시 한 번 짚어준 글이라는 인상이다.

누구든 관점에 따른 편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시민단체 성명에 대한 공급자의 반론 제기가 이상할 것도 없다. 특히, 공급자 수입과 직결된 수가결정이라면 더욱 그렇다. 다만, 건강보험 수가는 ‘시장가격’이 아니고 제3자인 ‘보험자’의 개입이 전제된 ‘통제가격’ 이라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또한, ‘가격’은 곧 ‘가치’ 인데 건강보험이라는 한정된 재원 범위 안에서 가치 배분이 이루어진다는 것도 제약조건이다. 재정배분의 합리성도 배제돼서는 안 되는 사항으로 재정배분에 왜곡이 있으면 누군가의 ‘효용’은 감소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앞서 언급한 기고문으로 돌아가자. 핵심이 될 만한 내용을 부분 발췌해 봤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성명 내용을 근거로 한 문제제기 이기도 하다

“환산지수와 건강보험공단의 역할, 재정지출에 대한 염려, 그리고 행위료에 대한 고찰이 나름대로 정밀하고 객관적인 분석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오류와 잘못된 출발점에 기인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행위료의 최근 증가율을 분석하기 이전에 그러한 행위료의 처음 출발점이 적정한 것인지에 대한 평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비정상적 수가는 진료행위의 왜곡을 발생시켜 더욱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이고, 정상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대가는 최근의 구의역 사건과 같이 비참한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결국, ‘저수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저수가의 범위(모든 행위 수가가 그렇다는 것인지)나 저수가의 근거(비용이 얼마인지)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현재의 수가가 절대적으로 모두 낮고 비정상적이라는 주장으로 읽힌다. 그런데 행위수가의 적정성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가 의문이다.

일례로 2006년 제1차 상대가치점수 개정연구(주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결과를 살펴보자.

여기서는 행위간의 ‘상대적인 가치’를 판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용조사를 시행했다. 그런데 정부가 직접 비용조사를 하는 것은 공급자 반발이 있기 때문에 비용은 공급자 스스로  채우도록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공급자(진료과목별)가 비용을 과도하게 축적 해온 바람에 실제 행위료 상대가치점수에서는 이를 차감하여 산출했다.

그 당시 개별 행위점수에 적용된 변환지수(의과의 경우, 인건비: 0.22 재료비: 0.37 장비비: 0.34)는 공급자들이 과도하게 축적한 비용을 조정하는 기전으로 사용됐다. 비용 축적의 과다여부는 정부가 별도로 의료기관 회계조사를 통해 조사한 내용이 근거가 됐다.

이른바 그 당시 ‘저수가’의 대명사처럼 인식돼 온 ‘원가보전율 73%’는 이러한 비용 축적방식의 개연성을 인정한 가운데 산출된 수치이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상대가치점수는 약 8천개에 이르는 행위간의 ‘가치’의 높낮이를 판단하는 영역이고, 관련 비용도 이에 대한 판단기준으로의 의미를 갖는다. 수가 수준의 절대성을 판단하겠다면 모든 행위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환산지수(수가계약)에서 적정성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건강보험공단이 의뢰한 환산지수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2014년에는 2.21%, 2015년에는 2.24% 수가인하가 적정수준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실제 수가협상 과정에서는 연구결과는 반영되지도 않는다. 수가인상을 기본전제로 하고 유형별 순위 선정에 판단기준으로만 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수가’의 근거가 무엇인지는 좀 더 명확하게 설명될 필요가 있다. 모든 수가가 낮다는 것인지, 혹시 수가책정과정에서 비용이 과다 추계된 것은 아닌지, 무분별한 장비 도입, 검사남용으로 고비용을 유발하는 것은 아닌지 등 말이다.

더 나아가 의사인건비 수준도 의문이다. 수가수준과도 연계되기 때문인데 2014년 환산지수 연구결과에서는 OECD 국가의 근로자 평균임금 대비 고용 전문의 인건비 수준 평균이 2.6배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4.7배로 비교 국가 중 가장 높다.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국민들 입장에서는 납득이 안 갈 수도 있다.

국민들의 가계소득, 가처분소득, 가계지출 모두 줄어드는 추세에 의료인의 인건비는 과도하게 보일 수 있다. OECD 평균을 상회 한다면 관련 요인에 대한 타당한 설명도 있어야 한다.

재정배분의 공정성 측면에서 국민들이 납득이 안 가는 이유도 있다. 건강보험 흑자 국면에서 올해 수가협상으로 추가 배분된 금액은 8천억 원인 반면, 국민들의 몫이라고 볼 수 있는 보장성은 4천억 원 수준, 이것도 신규 추가내역이 아닌 이미 추진되고 있는 보장성 계획의 올해 소요 예산이다.

결국은 재정배분의 원칙이 무엇이냐는 물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일방적으로 수가가 낮다는 주장은 사고체계를 한 방향으로 몰아세우는 ‘깔때기’ 같은 역할을 하고, 시민사회와 격돌지점만을 만들 뿐 생산적 논의 틀이 못 된다. 수가보상만 보더라도 의과, 치과, 한방 등 상대적 격차가 발생하고 전체 재정이 어디에 쏠리고 있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수가보상의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고, 병상·장비 등 외형중심의 고비용 경쟁질서가 의료의 질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의료행위도 저수가가 문제가 아니라 ‘수가불균형’이 본질적인 문제 아닌가. 재정배분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원칙들, 비용 중심이 아닌 성과 중심으로 평가하고 보상수준을 높이면 된다. 의료의 질을 담보하겠다는데 이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이런 관점에서 개업의의 노동가치나 일차의료가 상대적으로 평가 절하됐다면 수가배분도 다르게 작동할 수 있다.

매년 똑같은 방식으로 결정되는 수가협상구조는 그 내용이 어떠하든 시민단체도 불만이다. 정부 주도의 독점적 의사결정 방식을 우리도 예의주시 하고 있다는 점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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