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역사와 자연과 함께한 1박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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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역사와 자연과 함께한 1박 2일
  • 안은선‧이상미 기자
  • 승인 2015.10.06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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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치 전체 워크숍 10월 3일~4일…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미사‧4.3평화공원 방문 등 알찬 프로그램

‘제주도. 건치 워크숍. 성공적’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공동대표 박성표 정달현 이하 건치) ‘건치와 함께한 25년, 민중과 함께 할 50년’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개최한 제주도 전체 워크숍에 회원 및 그 가족 등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지난 3일과 4일 양일간에 걸쳐 진행된 이번 워크숍은 첫째날 3일에는 강정마을팀, 올레길팀, 등반팀으로 나눠 각각 강정마을 미사 참석, 올레길 18코스인 사라봉 걷기, 한라산 등반 등이 진행됐으며, 오후에는 교래자연휴향림 산책, 저녁식사 후에는 토론회가 이어졌다.

둘째날인 4일에는 4‧3평화공원 견학, 두모악 김영갑 갤러리 방문, 용눈이 오름 산책 프로그램 등 제주의 역사와 자연이 함께 버무려진 알찬 시간으로 꾸려졌다.

차가운 길 위에서 올리는 평화의 기도

▲ 강정마을 미사에 참여 중인 건치 회원들

“미사라는 최소한의 투쟁이라도 이어가는 것은, 앞으로의 세대에게 전쟁의 위험을 물려줄 수 없기 때문이다”

3061일(3일 기준). 평화로운 제주 남쪽 강정마을 주민들이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외치며 온 몸으로 저항해 온 시간이다.

건치 강정마을팀은 강정 해군기지 건설 현장 입구에서 매일 오전 11시에 진행되는 미사에 참석해 차가운 길 위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주민들과 활동가들을 위로하고, 함께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몸과 마음으로 기원했다.

현재 강정 해군기지는 건설은 80%정도 진행됐으며, 올해 말 내년 초 완공을 목전에 두고 있다. 활동가들과 방문객들에게 식사를 제공해 온 ‘삼거리 식당’ 주변은 크루즈터미널의 우회도로로 언제 옮겨질지 모른다. 계속해서 주변 비닐하우스들은 철거되는 상황이다.

또 주민이 반대하면 짓지 않겠다던 관사도, 군인과 그 가족 등 8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조성되고 있다. 인구 2천여 명, 평화롭던 강정마을 주민들의 삶이 송두리째 바뀔 것이다.

지난 3월, 31년 간의 치과의사 생활을 접고 제주도로 입도한 일명 ‘고내댁 이효리’, 부경건치 정효경 선생은 제주도로 내려온 이래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고 한다.

정 선생은 “(해군기지가) 거의 완공됐는데 왜 가냐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사상범으로 장기수가 된 어르신들을 생각한다”며 “전향서에 사인만 하면 편안히 살 수 있을 텐데, 초라하고 모멸감의 시간을 버텨내면서 지켜내야 할 가치, 양심을 기어이 증명해보이겠다는 그 결의를 생각한다”고 참석 이유를 전했다.

미사를 마치고 건치 강정마을팀은 삼거리 식당에서 식사 후에, 활동가 딸기(별명)씨의 가이드로 해군기지 공사장 주변과 강정포구를 둘러봤다. 딸기 씨는 강정 해군기지의 허구성과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미사라는 최소한의 투쟁이라도 이어가는 것은, 앞으로의 세대에게 전쟁의 위험을 물려줄 수 없기 때문이다”라며 “여러분의 방문만으로도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건치 회원들은 교래자연휴향림에 들러 한림읍에 위치한 숙소에 도착해, 박성표 공동대표의 사회로 워크샵이 진행됐다.

먼저 인천건치 이창호 원장이 인천지역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꿈 베이커리’ 사업 현황 소개(관련기사), 본지 전민용 대표가 사회진보 프로젝트 ‘바꿈’과 1987년 6월 민주항쟁에 참여한 단체를 중심으로 결성된 6월민주포럼 활동에 대해 전했다.

이어 정달현 공동대표가 성미산 마을을 중심으로 공동체 운동을 전개하는 ‘마포희망나눔’과 사회적 혁신가를 위한 베이스캠프란 컨셉으로 운영되고 있는 ‘닥터노아 치과의원’에 대해 소개했으며, 광전건치 동부지회 정태술 원장은 모친의 유언인 ‘베푸는 삶’을 실천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진료하면서 치과의사로서 느낀 행복감 등을 담담히 풀어내 많은 건치회원들로부터 공감과 호응을 얻었다.

이어 김인섭 원장이 ‘건치는 변화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기조발제에 나서 건치의 현 상태를 진단하고, “건치 정체성의 재정의와 시대정신을 담아낼 수 있는 내용과 형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며 이와 관련해 건치 회원들의 토론이 밤새 이어졌다.

제주에서 현대사의 아픔은 ‘현재진행형’

▲ 제주 4‧3 평화공원 전시관을 둘러보는 건치 회원들

건치 회원들은 워크숍 2일 차 오전 일정으로 제주시 명림로에 위치한 제주 4.3 평화공원을 방문했다. 공원 내부에는 제주 4‧3사건의 전말이 공개된 전시실과 희생자들을 기리는 위령탑 및 위령재단, 행방불명된 희생자들의 표석이 자리해 있어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을 끌었다.

제주 4‧3 사건은 한국전쟁 시 벌어졌던 보도연맹 사건과 더불어 현대사의 대표적 양민학살로 꼽힌다. 4‧3 사건 이후 남로당 무장대에 희생된 마을과 정부 토벌대에 희생된 마을 사이에 앙금이 여전히 남아 있는 등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역사이기도 하다.

제주 지역에서 중앙정부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일어나자, 미군정의 주문으로 지주, 기독교계 인사, 민족주의자, 친일파로 구성된 서북청년단이 제주로 파견됐다. 중앙정부가 파견한 경찰과 서북청년단은 물론, 주민과 우호적 관계였던 남로당 무장대까지 양민학살을 자행하면서 제주는 피비린내 나는 학살의 현장으로 얼룩진다.

전시관 입구에 들어선 건치 회원들은 전시관 곳곳에 전시된, 피로 얼룩진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단면과 생생히 마주할 수 있었다. 특히 전시 해설사와 더불어 일제 강점기 시절의 제주가 처한 상황부터 4‧3 사건을 둘러싼 미군정과 중앙정부의 개입 등 전체 사건의 경과과정, 당시 피해자들의 증언 및 사건 사후 중앙정부의 특별법 제정과 대국민 사과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짚었다.

회원들은 전시장에 있는 당시 증거자료와 4‧3 사건의 상황을 재구성한 영상물 및 예술작품 감상을 통해 4‧3 사건과 관련된 이해를 더욱 높일 수 있었다. 전시 해설사는 “제주도의 역사는 중앙정부의 억압과 수탈에 맞선 저항의 역사였다”며 4‧3 사건 이후 60여 년 동안 끈질기게 투쟁해온 제주 희생자들의 역사를 강조했다.

전시장을 관람한 한 건치 회원은 “제주 4‧3사건에 대해 말하는 것을 껄끄러워 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 사건에 대해 말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할 필요는 없다. 역사 속 진실은 있는 그대로 말해져야 한다”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건치 회원들은 전시 관람 후 4‧3 사건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위령비와 전시 조형물을 살펴보며 4‧3사건이 지닌 의미를 되새기는 등 비극적인 현대사의 아픔을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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