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길] “나라에서 할 일을 대신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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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는 길] “나라에서 할 일을 대신하고 있지요”
  • 이인문 기자
  • 승인 2005.07.25 00: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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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치예방연구회 지은경 치과위생사,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게 보람

치카˜치카 잇˜솔질

▲ 지은경 치과위생사
“여러분 안녕하세요?” 능숙한 솜씨로 자료들을 꺼내 놓으며 바닥에 옹기종기 둘러앉은 3-7세 아이들 40여 명들에게 인사를 하는 충치예방연구회(회장 송학선) 지은경 치과위생사. 그 조그만 아이들 앞에서도 당황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

와글와글 떠들어 댈 것만 같은 아이들도 조금씩 웅성거리기는 하지만 생글생글 웃고만 있는 지은경 치과위생사를 호기심어린 눈망울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다. 흡사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려는 걸까? 하는 눈망울들이다.

“오늘은 선생님이 여러분들에게 친구를 데려왔어요.”

지은경 선생은 아이들 앞에 썩은이와 깨끗한이의 모형을 꺼내 자석칠판에 붙여 놓는다. “우리 이 친구 이름을 지어줄까요?” 그러자 여기저기서 “라면머리요, 반짝이요”하면서 기탄없는 말들이 터져 나온다. 까르르르 웃음과 함께. 이름은 반짝이로 정해졌다. 울고있는 반짝이와 빛나는 반짝이.

“여러분은 오늘 아침밥으로 무얼 먹고 왔지요?” 그러면서 지은경 선생은 자연스럽게 이(치아)에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에 대한 설명으로 넘어가고 있다.

똥, 오줌을 싸는 ‘뮤탄스’

“축축한 우리들 입안에는 ‘뮤탄스’라는 충치균들이 살고 있어요. 이 충치균들이 이에 달라붙어 밥도 먹고 똥도 싸고 오줌도 싸면서 살고 있지요... 그래서 우리가 이를 닦지 않고 밤새 자고 일어나면 입안에서 냄새가 나는 거예요.”

설명이 길어지자 아이들이 조금씩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큰일이다 싶은 바로 그 순간, 지은경 선생은 다시 한 번 아이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면서 노래를 시작한다. “자, 우리 이번에는 재미있는 노래를 한 번 배워볼까요?”

“밥˜먹고 잇˜솔질, 간식˜먹고 잇˜솔질, 자기˜전에 잇˜솔질, 치카˜치카 잇˜솔질!”

아이들 수준에 맞추어 아주 간단한 박자로 재미있게 구성된 노랫말에 아이들도 쉽게 따라 부르면서 즐거워한다. 그렇게 아이들의 주의를 다잡아가면서 지은경 선생은 다시 설명을 이어나갔다. 어떤 칫솔이 좋은 칫솔인가, 여러 가지 칫솔 모양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해주고, 또 이번에는 커다란 치아모형을 들고 칫솔질 하는 요령으로 금방금방 넘어가고 있다. 2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조그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아주 재미있는 방식으로 설명을 해나간다.

이제 복습 시간. 몇 명의 아이들을 앞으로 불러내 이(치아)에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들을 ‘울고 있는 반짝이와 빛나는 반짝이’ 앞에 직접 놓아보게도 한다. 간혹 음식 모형을 틀리게 올려놓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곧잘 올려놓곤 한다. 교육은 대성공(!)이다.

치과위생사의 또 다른 활동

20여 분간의 짧지 않은 교육을 성공리에 마친 지은경 선생은 경기도 부천시 소재 공동육아 산어린이집의 코뿔소(본명 이말순) 원장 선생과 6,7세만의 제2차 교육을 오는 9월에 다시 진행하기로 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어린이집 문을 나선다.

“오늘은 매우 보람이 있었어요. 선생님들도 적극적이고, 아이들도 어린 아이부터 취학 직전까지 아주 많은 편이었는데 집중도도 매우 높았던 편이에요.”

“밖에서 간식 먹고 칫솔이 없는데 어떻게 이를 닦아요?” 교육이 끝나고 나서 한 아이의 질문을 되새기면서 지은경 선생은 오늘 교육이 아주 보람있었다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일반 어린이집과는 달리 선생님들부터가 아주 적극적이어서인지, 아이들 역시 교육에 매우 적극적이었다고 평가를 내린다.

개원가 임상에만 10년의 세월을 보내고 아이를 낳고 나서 전업주부로만 있다가, 다시 시작한 충치예방연구회 구강보건교육팀 활동에 자원봉사로 나서면서 지은경 선생은 또 다른 보람을 느끼고 있다 한다. “우리 아이와 비슷한 연령 또래라 그런지 더욱 애착이 가요.”

커다란 환경의 차이가 가슴 아프다

현재 인천에 거주하고 있는 지은경 선생은 1주일에 3-4회 정도 지역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을 방문해 충치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한다. 때로는 서울의 강남 지역을 방문하기도 하고, 어디든 불러만 주는 곳이 있다면 언제든 달려갈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 강남 같은 경우는 환경이 아주 좋아요. 보건소에서 불소양치까지 다 해주기도 하니까... 그런데 서울에서도 신림동이나 대방동 같은 저소득층 어린이집을 방문하게 되면 참 가슴이 아프죠.”

선생님들도 지쳐있으며, 이를 닦기는커녕 세수도 못하고 또 머리를 빗고 오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태반인 그 곳 아이들의 잇속 상태를 들여다보면 너무나 심각한 것이 현실이라는 이야기이다. 아이들 돌보기에도 힘겨워 하는 그곳 어린이집 선생님들에게 충치예방교육의 중요성을 과연 얼마나 강조할 수 있을지... 지은경 선생은 매우 안타까워했다.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어 충치예방연구회라는 민간단체가 먼저 나서기는 했지만 아이들의 구강건강 향상뿐만이 아니라 날로 심각해져가고 있는 아이들의 구강상태를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나라(정부) 차원의 대책과 충치예방 교육지원이 더욱더 필요한 상태라는 전언이다. 

▲ 지은경 선생의 설명에 맞추어 엄지손가락을 들고 잇솔질 흉내를 내고 있는 아이들
“그래도 오늘은 많은 힘을 얻었어요.” 아침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자마자 승용차로 40분이 넘는 거리를 애써 달려온 지은경 선생은 오늘은 6-7세만의 제2차 충치예방교육 날짜도 새롭게 약속했다면서 환한 미소로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나라에서 해야 할 일

“6-7세 연령별 교육이 더 중요하고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부모 교육이거든요.” 이곳 산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들의 열의가 높아 후속적인 여러 교육프로그램들의 진행이 가능할 것 같다면서 지은경 선생은 여러 교육자료들을 가득 담고 있는 무거운 가방을 힘차게 들고 일어섰다.

지은경 선생처럼 지난 2003년도부터 충치예방연구회에서 표준화한 충치예방교육 프로그램 과정을 이수하고 현재 전국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치과위생사들은 모두 100여 명이 넘고 있다.

순수한 자원봉사로 ‘우리 아이들의 구강건강을 위해 남몰래' 애쓰고 있는 이들의 건투와 뒤늦게나마 정부에서도 '우리 아이들의 충치예방교육의 중요성'을 하루속히 깨달을 수 있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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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황 2005-07-28 07:52:52
고생많으십니다

자근 돌하나가 호수 물 전체에 동그라미를 그리듯
그렇게 국민보건을 위한 치과위생사들의 울림이 일것이라 믿습니다

많이 알고
많이 말하기보다
작은 걸음이라도 실천이 중요합니다

작은 걸음들이 모여 멋진 행진이 되길 ....

임형균 2005-07-26 08:03:53
조금씩 솟아오르는 새순처럼, 씨앗을 터뜨리기까지의 고통을 지나, 위로 솟구쳐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그때가 다가옴을 느낍니다.
너무도 자랑스럽고 같은 치위생사로서 자부심과 커다란 책임감이 생깁니다.
소중한 시간을 통해 아이들의 각 가정에서 새로운 자극이 되기를 바랍니다.
충치없는 그날까지 저도 함께 뛸 것을 약속드리며....
건강하세요^^!

구인영 2005-07-25 23:37:48
더운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동해 번쩍 서해 번쩍이며 활동하시는 지은경 선생님..
지면을 통해서나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아주 작은 일이라 해도 저는 확신합니다. 분명 우리 아이들에게는 커다란 기억으로 자리매김이 되었을 것이라고...
교육을 할 수록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짐을 공감하시죠?
우리 힘을 잃지말고 ...
아이들이 충치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는 그 날까지 함께하실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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