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불금 추궁에 ‘비밀’·‘모르쇠’가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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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불금 추궁에 ‘비밀’·‘모르쇠’가 통했다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5.04.28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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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전쟁 속 비밀작전”‧현직 “잔고 0원‧용처 몰라”…“대의원 수긍했지만 회원 정서 다를 것” 전망

 

지난 25일 있었던 대한치과의사협회 제64차 정기 대의원총회의 이슈였던 미불금 사태가 김세영 전 협회장의 신상 발언으로 대의원들의 동조를 얻으면서 잠식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불경기에도 끝까지 의무를 다 한 1만3천여 회비 납부자들과 잠재적 회원들까지도 김 전 협회장의 ‘비밀작전’ 발언에 동의 할 수 있을까? 급증한 미불금 사용처 내역을 밝히라는 질의에 ‘비밀’과 ‘모르쇠’로 답한 전‧현직 집행부. 어떠한 정치적 이해관계도 따질 필요가 없는 회원들에게는 또 하나의 응어리로 남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미불금 사태는 충청북도치과의사회(회장 이성규 이하 충북지부)가 ‘미불계정기간 내의 사업 집중도를 낮추고 실지결산기간 내로의 운영의 건’을 25일 대의원총회에 상정키로 하면서 불거졌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2014년 3~4월에는 같은 기간 평년대비 2억 원 가량 늘어난 9억1천만원의 일반회계 미불금이 발생했으며, 치의신보와 치과의료정책연구소 회계를 합치면 총 13억원에 달하는 미불금 내역이 집계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불금 사용처를 파악할 수 있는 지출결의서의 행방이 묘연한데다, 담당 이사들조차 지출 내역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은 더욱 커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정작 대의원총회가 열리는 25일에는 안건 발의자인 충북지부가 기존 원안에 덧붙여 ‘미불금계정기간내의 사업집중도를 낮추고 실지결산기간내로의 운용을 위한 제도 개선과 미불금‧잔여성금 운용 관련 조사위원회 구성의 건’으로 한층 더 구체화 된 수정동의안을 발의했음에도 대의원들의 지지를 얻지는 못했다.

결과는 알려진 바와 같이 재석대의원 186명 중 찬성 62명, 반대 110명으로 터무니없이 부결됐다. 총회 석상에서 공식적으로 드러난 반대의견으로는 “치협은 로비단체이므로 정상적으로 지출되지 못한 미불금 관련 의혹이라도 파헤치는 것은 안 된다”는 정도로 정리된다. 다시 말해, 앞으로도 로비단체인 치협의 불투명한 지출 내역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도 된다는 면죄부를 준 셈이다.

26대 집행부에서 모금한 의료법 개악 저지 성금의 잔여분인 3억여 원 역시 결과적으론 행방이 묘연하다. 충북지부는 해당 성금 3억여 원이 27대를 거쳐 28대로 전해졌다며 29대 최남섭 협회장에게 물었지만, 28대 집행부가 1억5천만 원을 썼고 남은 1억5천만 원의 사용처를 끝내 듣지 못했다.

미불금 진실 덮었지만 개선은 ‘29대 몫으로…’

충북지부 조재현 대의원은 이날 총회에서 “이 같은 의혹들이 회원 회비납부 거부운동으로 이어질 것이 우려된다”며 “회비 집행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시켜주고 제도 개선을 통해 적절하고 투명한 예산집행의 기틀을 마련하자”고 호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 제안이 협회를 위해 일 해 온 집행부에게 큰 아픔과 상처가 되겠지만 후배들에게 건강한 협회를 물려줄 초석이 될 수 있도록 지지를 당부한다”면서 “누군가를 흠집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깨끗이 정리하고 새출발 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세간의 정치적 해석을 견제하기도 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총회가 끝난 후 조재현 대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심경을 전했다. 우선은 대의원들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지만, 순수한 의도의 제안이 정치적으로 왜곡돼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는 것.

그는 “충북지부가 제안한 안건이 대의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로비단체로서의 지출에 대해 문제 삼자는 것이 아니었다”며 “정상적인 지출이 아니더라도 회원들을 위한 지출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비공개로 덮어두고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는 지출이 있는지는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미불금 의혹을 문제 삼은 결정적 이유는 매년 일정하게 미불금 지출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집행부의 임기 말에만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의혹을 남겨둔 채 회원들에게 협회에 대한 신뢰를 요구하는 것은 정상적으로 회비를 납부하며 협회를 지지해주는 회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럴 때일수록 비난보다 정의롭고 도덕적인 회원들의 적극적인 회무참여가 절실하다”면서 “인맥이나 학맥의 동맹이 아닌 성숙한 인격과 올바른 정책의지를 가진 분들이 우리 협회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 갈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누구의 편이 아닌 협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애 써 달라”던 조재현 대의원은 본지의 인터뷰 요청을 끝내 거절했다. 안건이 부결된 상황에서 민감한 사안을 재언급 해야 하는 부담감과 ‘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포기가 전제된 거절이었다. 사안을 정치적 구도로만 해석하는 세간의 시선과 지부 부회장이라는 직함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현상 유지’ 상태로 끝나버린 이번 총회를 두고, ‘29대 집행부에 주는 기회’라는 평가를 내놨다. 비록 직선제가 부결됐지만, 2016년 개선 목표라는 현 집행부의 중대 과제가 남았듯이, 미불금 사태로 인한 회원 신뢰 회복 역시 이번 총회를 기점으로 현 집행부의 몫으로 넘어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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