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취약계층을 위한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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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취약계층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5.02.10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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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간호사 대량해고 피해는 ‘또’ 국민이…“어렵게 쌓아올린 국민건강 인프라‧보건행정의 근간 흔드는 것”

 

▲보건소 방문건강 전담인력 증언 및 무기계약직 전환사례 발표대회
차상위계층 등 전국의 480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걸어다니는 보건소’ 역할을 해 온 보건소 방문건강관리사업 전담인력의 대량해고 사태와 이에 대한 대책 마련과 전담인력의 필요성을 공유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오늘(10일)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의원은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보건소 방문건강 전담인력 증언 및 무기계약직 전환사례 발표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대회에서는 ▲방문건강관리사업의 의의‧전문인력 고용형태 개선방안 ▲방문건강관리사업의 수혜사례 ▲방문건강관리 사업 증언 ▲무기계약 전환사례 등을 발표했다.

방문간호사 대량해고 사태는 결국 ‘비정규직’문제

2007년부터 시행 중인 방문건강관리사업은 현행 ‘지역 보건법’에 따라 보건소 주요 업무의 하나로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우, 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의료취약계층 대상에게 간호사, 물리치료사, 영양사, 치위생사 등 전문인력이 대상의 가정 및 사회복지시설로 방문해 대상자들에게 필요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자체마다 다르지만 전담인력을 고용하는 형태는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비정규직’이거나, 일한 날수대로 임금을 받는 일일근로계약직 등으로 파악돼 이들에 대한 처우는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2012년 하반기 보건복지부가 ‘지역사회 통합 건강증진사업’이란 이름으로 방문건강관리사업을 보건소 필수사업에서 ‘선택사업’으로 분류했고, 이에 따라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이를 아예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전담인력에 대해 기간제로 2년을 초과해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 기간제법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선택사업’임을 내세워 전담인력들을 다른 부서로 배치하거나, 12개월 이상을 고용하지 않는 ‘꼼수’를 쓰거나, 심할 경우 ‘대량 해고’를 감행하기도 했다.

8년간 몸바쳐 일한 대가는 ‘해고’

▲ 해고된 방문간호사 최성애 씨
이날 발표회에는 방문건강관리사업의 현장에서 방문간호사로 일해 온 한현미 씨와 최성애 씨가 사업에 대한 증언을 했다.

8년간 충남 예산군 보건소에서 방문간호사로 일했던 최성애 씨는 “8년간 300~500여 가구를 담당했다. 처음엔 의심의 눈초리로 쉽게 집 문도 열어주지 않던 분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마음의 문도 함께 열어 주셨다”면서 “결국 그분들에게 우리가 필요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됐기에 부당한 대우와 열악한 임금에도 사명감 하나로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기간제로, 2013년 1월부터 ‘통합건강증진사업’이란 새로운 이름으로 기간제 계약직으로 다시 년수가 카운트됐다”면서 “이름은 달라졌지만 하는 일은 같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예산군은 통합건강증진사업에 의해 3~8년 일한 전담인력들이 정부지침 기간제 보호법에 의해 올해부터 무기직전환이 예상되자, 이를 회피하기 위해 2014년 12월 31일자로 전원 집단해고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씨는 “소장님과 계장님들이 열심히 일하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이전 군수님도 약속했다”면서 “하지만 8년뒤 저희에게 돌아온건 해고통지서였다. 이게 그 분들이 말하는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무기직 전환 대상자가 된 시점에서 해고한 이유는 총액인건비와 다른 기간제들과의 형평성 때문이라고 했다”면서 “정부부처에서 그렇게 많이 내려보낸 무기직전환 공문은 ‘권고’라며 따르지 않는 이유는 뭔지. 상명하복이라며 상위기관의 말을 잘 지키더니 여기서는 왜 여기서는 지키지 않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방문건강관리사업은 '원스톱'  의료복지사업

한국방문보건협회 최상금 회장은 ‘방문건강관리사업의 의의‧전문인력 고용형태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최 회장은 방문건강관리사업이 가진 핵심적 가치에 대해 “자가관리능력이 없는 사회취약계층을 방문해 건강을 체크하고 실시간 모니터링하는데 있다”면서 “또한 정서적 지지와 대상자에 필요한 지역사회 자원과 직‧간접적으로 연계해 도움을 주는 포괄적 맞춤형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또한 “실제로 폭염이 닥쳤을 때, 방문관리 간호사가 독거노인에게 방문해 폭염사를 예방하기도 하는 등 사회 안전망으로서 예측할 수 없는 긴급상황에 대처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한국방문보건협회 최상금 회장

이어 최 회장은 방문건강관리사업의 경제성과 효과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10년 ‘맞춤형 방문건강사업의 비용-편익분석’이란 자료에 따르면, 방문간호사 1명이 고혈압과 당뇨 각각 1케이스씩을 사례관리함으로써 연간 199억원의 순편익을 가져왔다고 한다”며 “뿐만 아니라 2011년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연간 350억원이 든 방문건강관리사업이 결과적으로 2,199억원의 국민의료비 지출을 절감한 것으로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산을 가구당으로 나눠보면 한 가구당 월 2,400원의 비용으로 140만 취약계층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며 “이렇게 적은 예산으로 저소득층과 같은 취약계층 국민들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것은 대한민국이 지켜야할 최소한”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최 회장은 방문건강관리사업 전담인력이 서비스 표준화와 질 관리를 위해 체계적 교육과정을 통해 장기간 훈련된 ‘인적자원’임을 피력하기도 했다.

끝으로 “480만 저소득층을 위한 보건소 방문건강관리사업이 필수적인 보건사업으로서 지속돼야 한다”면서 “이 사업에 대한확신을 갖고 서비스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법적 테두리를 분명히 하는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발표대회를 개최한 남윤인순 의원은 지난 5일 새정연 소속 의원 등 19명과 방문건강관리 전담인력의 고용안정과 이를 법에 규정토록 하는 ‘지역보건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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