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시민의 힘! 의료민영화 저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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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시민의 힘! 의료민영화 저지의 힘!"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4.10.1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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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특별기획] 일반인이 본 의료영리화② 새사연 정태인 원장 인터뷰

 

 

지난달 19일 정부는 원격의료 법안을 상정, 원격모니터링 중심의 시범사업을 정부가 독자적으로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이와 함께 영리목적의 부대사업 범위 확대를 위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고시했다.

뿐만 아니라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안으로 차상위계층과 최하위계층에 까지 기본 건보료를 부과하겠다고 표명했으며, 국민 건강 증진을 표면적으로 내세워 담뱃값 인상을 예고했다.

이에 맞서 치과계를 비롯한 의약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노동단체 등 사회각계는 다시 한번 반대의 목소리를 쏟아내며 내달 1일 총 궐기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의료계나 시민사회단체와 상관없는 일반 국민들은 실제 정부의 의료영리화 추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본지는 설립 2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으로 현재 우리 사회의 최대 이슈 중 하나인 의료영리화에 대한 타분야 인사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두 번째 인터뷰이로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이하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을 만나봤다.

정태인 원장은 주류경제학이 중심인 우리나라에서 경제적 대안 모델을 제시하는데 집중해 왔으며, 진보적 경제 정책을 구체화하는데 지금도 애쓰고 있다.

참고로 정태인 원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대학원에서 공부했으며 2001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노무현 후보의 경제정책 자문을 맡았고, 이어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국민경제 비서관과 대통령 직속 동북아 경제중심추진위원회 기조실장으로 일했다.

2005년 5월 사표를 내고 청와대를 떠났으며, 2006년 2월에는 한미FTA협상이 재개되자 이를 앞장서서 FTA의 부당성을 비판했다. 참여정부 핵심 인사가 참여정부의 통상 협상을 비판해 화제를 모았다.

현재는 성공회대학교 겸임교수로, 2011년부터 새사연 원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2011년 『착한 것이 살아남는 경제의 숨겨진 법칙』, 2012년 새사연과 함께 쓴『리셋 코리아』,2013년 『협동의 경제학』이 있다.

 

의료민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쁘다(웃음). 의료라는 것이 공공성이 강한 필수재다. 모든 사람에게 최소한의 접근성이 보장돼야한다고 합의된 부분이 있는 것이다. 누구나 이제는 ‘이 정도 경제 성장 했으면 최소한 돈 없어서 죽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보장의 수준을 어디까지 할 것이며, 재원 조달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합의 해야한다. 그 합의된 것이 국민건강보험 시스템이며, 이것을 깨려는 것이 의료민영화다.

이미 에로그라고 하는 학자가 경제학에서 의료를 처음으로 다뤘는데, 1971년 논문에서 의료시장에 대해 ‘의료야 말로 시장실패가 겹겹이 겹친 곳’이라고 분석했다.

의료가 시장에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주된 원인은 ‘절대적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시장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선택한다는 것이 의료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료에 있어서 소비자 선택의 권리는 없다는 것이다.

어떤 의사 이야긴데, 부인이 임신해서 병원에 갔다. 그런데 병원의 처방을 살펴보니 구체적으로는 몰라도 과잉진료 같더랜다. 그런데 자기가 의사인데도 항의할 수 없다고 했다. 왜냐하면 의사가 권하는데 안하면 손해 볼 것 같기 때문에 거부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의사가 전문가 집단이기 때문에 질병과 치료에 관한 정보를 의사만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는 군요. 정보의 비대칭성과 관련된 다른 예를 들어주신다면?

의사와 환자간의 정보의 비대칭성은, 우리나라 의료실패 중 하나인 동네병원에서 드러난다. 동네병원은 1차 의료기관인데, 여기에서 하는 역할은 환자에 대한 많은 역사적 정보를 가지고 질병 예방이나 초기진료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동네병원들은 주로 피부 클리닉이니, 비만 클리닉이니 해서 먹고산다. 1차 의료기관으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환자들이 감기 같은 사소한 병에도 전부 서울대 병원, 삼성 병원으로 가는 것이다. 무조건 명성과 평판에만 의존해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다.

환자들이 대형병원을 선호하기 때문에 대형병원의 독점으로 인한 시장실패가 또 일어난다.

1차 의료기관의 역할까지 대형병원이 하고 있기 때문에 동네 중소규모의 병원들 또한 본래 제 역할을 하지 않고, 돈이 되는 시술 같은 것만 하고 있는게 문제 군요. 끝에 말씀하신 대형병원의 독점으로 인한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해 주십시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원격진료를 예로 들 수 있다. 지금도 부대사업 등으로 대형병원들이 문어발식 경영을 하고 있는데, 의료민영화 정책을 통해 맨 밑에 있는 군소병원들까지 네트워크 하겠다는 것이다. 1차의료기관까지 모두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형병원의 독점 이외에도 의료민영화 정책이 추진된다면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3대 축이라 할 수 있는 건강보험의 당연지정제와 전국민강제가입, 그리고 의료법인의 비영리법인 원칙 부분에서 문제가 일어난다.

먼저 당연지정제와 전국민 강제가입 부분은, 환자 선택의 자유와 형평성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헌의 소지도 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이하 건강보험)이 충당해주지 못하는 보장성이 펑크난 부분에서 민간 보험이 생겨나고 있다. 건강보험이 해주지 않는 몇 가지 질병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을 받지 않는 외국계 영리병원이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오게 되면 이 병원을 이용하려는 환자들이 있을테고, 그에 맞춰 민간보험회사들이 비싸고 좋은 상품들을 판매하게 될 것이다.

부자들은 자기네들이 돈 낸 만큼 더 좋은 서비스와 치료를 받기 원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민간보험회사를 이용할 것이고, 반면 전국민 강제가입으로 이중 지출이 되기 때문에 여기서 빠져나오려 할 것이다.

또 외국계 병원만 건강보험을 받지 않는 것은 환자 선택의 자유와 국내 병원들에 대한 형평성이 저해된다면서 헌법소원을 내고 당연지정제에서 빠지려고 할 것이다.

어디까지나 헌법재판소의 판단이긴 하지만 이것이 위헌으로 판정을 받게 되면, 결국 한국 의료시스템의 큰 두 개의 축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아까 전국민강제가입 부분에서 민간보험사 얘기가 나왔는데, 그 부분에 대해 좀 더 얘기해 달라.

의료에서 보험을 시장에 맡기면 일어나는 문제다. 보험을 시장에 맡겨버리면 보험이 환자를 차별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대체로 잘사는 사람들은 아픈사람이 적다. 다만, 맨 밑에 가난하고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이 아프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이 사람들이 적게 내고 많이 가져가므로 싫어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보험이 환자를 차별하게 되고, 상류층을 위한 비싸고 좋은 서비스만을 만들어 낼 것이다. 결국 가난하고 늙은 사람들에 대한 보험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 의료민영화의 현실이다. 차라리 최하층은 메디케이 등으로 의료혜택을 보고 있지만, 문제는 바로 그 위의 15%, 차상위 계층, 의료 시장이 실패한 지점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보험이 없다는 것이다.

이 실패한 지점을 채우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의료개혁을 하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부자들 입장에서는 이미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데, 의료개혁에 의해 자기가 내는 보험료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오바마 의료개혁은 결국 시장에 한번 물들면 다시 (민영화 전으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 새사연 정태인 원장

다시 돌아가서, 비영리법인 부분에서 생길 문제점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원래는 비영리법인인 병원은 병원에서 난 수익을 외부로 유출할 수 없다. 그러나 자회사를 통한 부대사업 등의 영리추구가 허용되면, 채권 등의 형태로 투자가가 투자 이익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영리법인인 자회사를 통해 외부에서 돈이 들어오고, 나가지만 사실 (비영리법인인) 병원과 연동돼 있기 때문에 사실상 병원에 대한 소유와 투자가 가능해 지는 것이다.

이런식으로 병원 시스템도 야금야금 먹어 들어가 무너뜨리는 것이다. 즉, 미국식 의료체계로 가는 것이다.

정부가 ‘민생 살리기’를 내세우며 의료민영화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의 말처럼 현재 우리나라 경제 난국을 타개할 대책이 이것뿐인가?

현재 우리나라 소비시장이 침체되다 못해 마이너스 상태다. 소비가 늘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경기불황 탓도 있겠지만, 중산층의 소비가 사교육, 의료보험, 주택담보대출금에 들어가는 돈 때문에 발목을 잡힌게 하나의 원인이다.

옛날에는 의식주(衣食住)가 생활 필수 요소였다면 이제는 의교주(醫敎住), 즉 의료, 교육, 주거로 바뀌었다.

이는 건강, 교육, 집 문제만 해결돼도 돈이 남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소비가 늘어난다. 다른 부분에 대한 투자가 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결국 의료의 공공성 강화가 경제성장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들 사이에 논쟁은 있지만, 모두 찬성하는 것은 의료와 교육에 대한 투자이다. 의료의 공공성 강화는 장기적으로 경제성장, 복지, 나라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그렇다면 지금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한 민영화 정책은 철회하고, 오히려 공공성 강화를 해야 장기적으로 경제가 회복되고 성장 할 수 있다는 말씀인데, 이와 반대의 논리를 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의료의 공공성 강화는 경제성장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헌데 단기적 시야에서 보거나, 시장 만능주의에 경도된 사람들이 의료에 대한 투자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을 사적인 민간 영리병원이 하는게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미 민간이 공급하는 곳의 효율이 더 떨어진다는 것은 통계로 증명된 사실이다. 그런데도 그런 것은 학자들, 지식인들이 시장이데올로기에 완전히 빠져있거나 노골적으로 자본편에 서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장님께서 우리나라 의료에 대안을 제시하신다면?

먼저는 보험료를 올려서라도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올리는 것이고, 그리고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국공립 병원과 의료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국공립병원을 당장에 늘리는 것은 어렵다. 왜냐하면 기존의 삼성병원과 같은 민간 대형병원들과 바로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건강 보험의 보장성이 지금 60%인데, 이것은 최소한의 접근과 보장 평균을 어디까지로 정의하느냐가 문제다. 이 보장성을 몇 프로까지 올릴 것이며, 누가 공급할 것인지 시스템에 대해서도 고민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원장님께서 이미 하고 계신 의료생협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는데, 대안이 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안성 의료생협을 예로 들면, 조합원은 약 2만명 정도이다. 의료생협답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평소에 의료 상담을 하고 생활 습관 교정과 예방활동을 하는 것이다.

의료생협 센터에 가보면 동네 방문 일자가 게시돼 있다. 정해진 날에 방문해 건강 체크와 건강 관련한 강연 같은 것을 주로 하고 있다. 1차의료기관으로써의 역할을 가장 잘 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의료 실패 중 하나인 1차의료기관으로써의 역할을 대신 할 수 있는게 의료생협인 것 같다. 의료생협을 할 때 힘든 점은 무엇인가?

의사 월급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의료생협을 하면서 조합비만 가지고서는 의사들의 월급을 다 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의료에 관한 모든 밑에서 부터의 정책은 의사 인건비가 너무 높다는데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나의 결론이다.

이렇게 재정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국가 보조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조합원이 1만 명이고 1인당 연간 2만원의 조합비를 내는 의료생협이 있다고 하면, 정상적인 의료생협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행위별수가제가 아닌 두당수가제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국가가 보조를 해주는 것이다.

또 이렇게되면 의료생협도 늘어나고, 동네 병원도 함께 살 수 있는 모델이 생기는 것이다. 결국 주치의제와 의료생협의 결합인 것이다.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서,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해 많은 시민단체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성명을 낸다던가, 서명을 받는다던가…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시민들 입장에서는 건강보험의 확대가 경제적으로도 훨씬 이익인데, 그것을 잘 모른다.

또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불안감 때문에, 노인들의 경우에 봐도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민간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도 자꾸 민간보험 시장이 커지는 것이다.

일반 시민들이 건강을 위해 지켜야 할 것들을 공동체 수준에서 실천하는 것과 건강보험 제도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들을 확대해 나가는 운동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도 시민들이 반발하면 한발 물러서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운동이 이어져야 한다.

또, 외환위기 이후부터 ‘나와 내 가족만은’ 이라는 것이 너무 강해져 민영화가 하나의 사회적 기조가 돼버렸다. 다같이 잘 살아야 한다는 발상은 루저들이나 하는 것으로 치부한다.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 또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측면에서, 동네에서 직접 환자들을 대하는 집단에서 의료의 보장성, 공공성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시민의 의식적 전환과 그것을 위한 관계 집단의 홍보 역시 중요하다는 말씀이군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의사라는 전문가, 전문가 집단이라는게 자격증에 의해 제도적으로 독점을 인정받는 것이다. 사실 이걸 막을 방법은 없다.

가령 법관이 정의를 향한 자기의 신념을 지킨다면 분명 정의로운 사회가 될 것이다. 의료인들도 마찬가지로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같은 의료인의 윤리를 가지고 진료에 임한다면 훨씬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다.

또 아래로부터의 생협과 같은 사회적 경제, 복지에 대한 관심과 국가시스템이 잘 결합될 때 의료사회의 조화로운 발전이 이뤄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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