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한 임상가인 내가 좋아하는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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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한 임상가인 내가 좋아하는 책은?
  • 오영학
  • 승인 2004.03.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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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시절 존경하는 한 교수님이 졸업하고 앞으로의 치과의사 삶의 바램을 이야기하신 기억이 난다. 지지리도 공부를 못했건만 이런 몇 마디는 아직도 생생히 내 머리에 남아있다. 그 분께서 하신 말씀이야 많겠지만 갑자기 책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

워낙 교수님을 존경하는 제자들이 많은지라 가끔은 제자들의 일터를 지나다 불쑥 들르신단다. 그리고 원장실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책장에 있는 책들을 보신단다. 어떤 류의 책들이 있는지 보면 대충 이 제자가 흥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저 그런지 알 수 있다 하신다. 워낙 공부를 못한 나는 뜨끔했는데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안심이 되었다.

그저 그런 병원에 가면 깨알 같은 글씨가 촘촘히 박혀 있는 책들로 책장이 가득하단다. 저 책들을 다 읽을 정도면 얼마나 한가할까 생각이 되신단다. 자고로 임상가에게는 글씨가 적은 아틀라스 같은 책들이 적격이란다. 술술 넘겨가며 개괄적으로 이해하고 글로 표현하지 않은 많은 내용을 그림에서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가끔 진료하다 의심스러운 것이 있으면 바로 들어와 술술 책장을 넘기며 찾아볼 수 있는 책이 많은 원장실은 대부분 잘 되고 흥하는 병원이란다.

나도 흥하는 한 교수님의 제자가 되고 싶어 그런 류의 책들을 찾건만 그런 아틀라스 같은 책들을 각 분야별로 쉽게 접하지 못해 그리 많지는 않다.
얼마 전 출판사 직원이 책을 한아름 들고 들어와 나를 찾았는데 마침 교수님이 이야기한 그런 류의 책을 발견했다.

치주치료 아틀라스 Enrico G. Bartolucci가 쓴 책을 조규성 교수님 이하 몇몇 분이 번역하여 대한나래출판사에서 출판한 것이다.
두께에 놀라 기피했다 속을 보고 얼른 샀다. 시원시원한 그림들이 많고 글은 아주 적지만 치주치료의 개괄적인 내용을 알 것 같다. 임상자료 준비를 할 때도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내용이 빈약한 것은 이런 류의 책이 가진 한계일 수밖엡.

나는 아직도 글씨가 큰 책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저널 등을 읽는데 익숙하지 않다. 교과서를 봐도 꼭 필요한 부분만 찾아보고 바로 덮는다. 그러니 책 한 권을 사면 지극히 일부만 보게 되어 아깝지만 그래도 나중에 찾아보리라는 위로를 하며 책장에 넣는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책을 뒤지며 진료하는 자세로 치과의사의 삶을 살고 싶다.

다음에 교수님을 초청하여 자신 있게 내 방을 보여드리는 날이 오기를….  

오영학(세브란스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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