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나는 치과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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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나는 치과의사다
  • 한동헌
  • 승인 2005.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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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치과계 2030세대, 무엇을 말하나③

이제 개원예정일을 채 보름도 남기지 않은 지금. 몇 달 전부터 그래왔지만 한 번씩 3년 전,2년 전, 작년 그리고 몇 개월 전을 단위별로 끊어가며 순서는 상관없이 '나'를 회상해 보곤 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고학년 본과생이 되었던 무렵에 자기 정체성에 대해 나름대로 판결을 내렸던 시기도 회상할 수 있겠지만, 언제까지 내가 변화할 수 있으며 바뀔 수 있는가에 대한 두려움을 키우는 일밖에 되지 않을 것이므로 거기까지는 가지 않겠다.

특히 왜 개원을 결정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지금 어떤 개원을 꿈꾸고 있는지 자문해 보면 다소 혼란스럽고 내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나는 공중보건의 3년 차로서 개원에 관한 아무 '개념'이 없었다. 주변에 개원한 선배들을 보고 "아, 그런가 보다"라는 수준이었으니….

단지 "치과의사로서 환자 열심히 보고 정성을 다하고 지역사회에 봉사를 하고 그리고 기왕이면 돈도 많이 벌어야지"라는 잡다하고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만 산만하게 지나다니고 있었을 뿐….

공보의 복무를 마친 후 우여곡절 끝에 급하게 예상치 못한 페이닥터 생활을 했고, 나름대로 계획했던 일이 틀어졌기 때문에 이제 나에게 남은 일은 개원밖에 더 이상 없다.

왜냐면 남들도 다 개원하고 여러 가지 잡다한 취미 생활은 더 이상 나에게 생계를 보장해 줄 수 없으며 미래에 대한 비전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치과의사인 것이다.

개원에 대한 막연한 철학을 바탕으로 실무에 착수했다.

한 땐 거대담론의 매력에 혹하기도 하고 했지만 '이건 아니다'고 생각했고, 아니 사실 거대담론을 감당할 역량이 없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듯하다 소시민의 나약함으로 인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부문활동에 매력을 느껴왔듯이 의외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일에 착수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 첫 번째 수순이 바로 장비업체  직원과 소위 개원컨설팅업자라 불리는 사람들과의 컨택이었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얘기가 있어 그 사람들을 따라다니면 자리 보는 눈이 생긴다고 하여 일단 연락을 하고 따라 다니기 시작했다.

주말마다 시간을 내어 대전으로 서울로 이천으로 돌아다니면서 "아, 이런데 개원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하나의 체크 포인트. 나는 학생 때 도대체 어떤 개원을 상상했을까?

지금은 유감스럽게도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교수는 꿈도 꾸지 않았을 테니 아마도 개원을 염두에는 두고 있었을 것 같기는 한데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현재 사고의 강력한 영향아래 추정해 본다면 이런 것 아닐까. 아담한 건물에서 아담한 규모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손님들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참으로 막연하기는 하지만 이 정도에 불과했다.

그래서 첫 번째 페이를 접고 나서면서 개원철학에 대한 정리를 해보았다.

우선 나의 환자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책임 하에 모든 과정을 인도하는 치료를 하고 싶었다. 사실 페이닥터나 관리의사로는 한계가 있다.

두 번째 의의는 경제적인 여건의 상승을 노리는 데 있다.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차라리 조건 좋은 페이닥터 하는 게 낫다고 하지만 솔직히 그 이상의 기대를 하는 건 사실이다.

세 번째는 정말 고상하게도 지역사회봉사. 정말 이것만은 포기하고 싶지 않고 배신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왜냐면 학생 때 사회과학 서적을 읽었지만 싸움꾼이 되긴 글렀고, 그 싸움 후를 책임질 자신도 없었지만 소박한 '좋은 일'은 반드시 하리라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나의 신에게, 나 자신에게 하는 최소한의 약속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정동희(서울린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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