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섭 협회장 당선자님께...
상태바
최남섭 협회장 당선자님께...
  • 전양호
  • 승인 2014.04.28 12: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국에서]전양호 편집국장

 

최남섭 협회장 당선자님.
먼저 29대 대한치과의사협회 협회장으로 당선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새로운 선거제도에서 그 어느때보다 치열한 선거운동을 하시느라 힘드셨겠지만, 더 많은 치과의사들의 지지 속에 협회장으로 당선되신 것에 보람과 함께 더욱 큰 책임감 역시 가지셨으리라 믿습니다.

선거과정에서 느낄 수 있었듯이 아마도 다음 3년 협회장의 최우선 과제는 동네치과의 경영악화에 대한 문제일 듯합니다. 사상 최고의 폐업률이라든지 경영난에 따른 치과의사들의 안타까운 소식들이라든지, 언론의 자극적인 소식들을 제쳐두더라도 피부로 느끼는 치과의사들의 위기감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저희 건치신문은 작년 동네치과 위기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기획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치과의료비용과 치과의사 1인당 수입의 증가세가 여전히 그리고 꾸준한 추세에 있으며, GDP의 증가세 그리고 해외 치과의사들의 수입과 비교해서도 뒤쳐지지 않고 오히려 우위에 있었습니다. 물론 선배님들이 말씀하시곤 하는 좋았던 시절에야 당연히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럼 원인이 뭘까요? 여전히 절대적으로 그리고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벌고 있는데 동네치과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수입에 비해 많은 비용을 쓰고 있기 때문일까요? 먹고 입고 자고 즐기고 아이들을 교육시키는데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해졌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소수의 누군가가 많은 돈을 벌어 평균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일까요?

명확하게 이유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단지 우리의 파이를 늘리고 나눠먹을 사람을 줄이는 것만이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만족하고 있을까요? 치과의료비용이 증가한만큼 국민들 모두가 충분한 치과의료를 받고 있을까요? 최근 미충족 치과치료경험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주관적 미충족률이 23.4%, 객관적 치과의료 미충족률은 치아우식증이 36.4%, 치주질환이 37.6%로 나타났고, 소득 수준별로 최하위를 향할수록 미충족 경험률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국민들 대다수가 경제적 이유 때문에 여전히 충분한 치과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소득에 따라 치과의료이용에 격차가 발생하면서 구강건강불평등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치과의료정책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10년 사이 12세 아동의 DMFT는 2.86에서 2.08개로 감소했지만, 지니계수는 0.53에서 0.61개로 증가해 아동의 구강건강불평등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국민들의 관점에서, 국민들의 구강건강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들이 전체 치과의료비용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치과의사들의 어려움 역시 증가하고 있는 현재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경제적 차이에 따른 치과의료이용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무엇보다 일차의료기관인 동네치과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누구나 필요할 때 손쉽게 동네치과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취약하며,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좀 더 고가의 인테리어와 기구장비를 갖추어야 하고 들어간 돈만큼 더 많은 돈을 벌어야 생존이 가능한 경쟁적인 구조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지역사회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주치의 개념의 일차의료(동네치과)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예방중심의 치과의료서비스를 계층에 구분 없이 포괄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소득에 따른 구강건강수준의 격차를 줄일 수 있습니다. 동네치과는 내원환자의 증가와 함께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고 이에 따른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가능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고가의 인테리어와 의료장비, 소모적인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국민들의 이해와 신뢰는 덤으로 따라오게 되겠죠.

최근 서울을 비롯해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저소득층 아동들을 중심으로 포괄적인 치과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치과주치의제 개념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아동청소년에 대한 치과치료는 이미 거의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복지 그리고 아이들의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어 아동청소년에 대한 치과주치의제는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아마도 이 제도가 새로운 동네치과의 모델을 시험해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개원초기 지역의 공부방 아이들에게 치과진료를 해 준적이 있습니다. 엄마는 집을 나가고 아빠는 암치료를 위해 병원에 자주 입원해야 해서, 할머니와 오빠랑 살고 있는 다섯 살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구강상태는 개원초년병의 실력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엉망이었습니다. 소아치과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기를 권유했지만 형편상 그럴 수 없다는 걸 잘 알기에 그냥 올 때마다 아픈 것만 해결해주기 급급했습니다. 이 아이의 구강상태를 이렇게 만든 건 이 아이의 책임일까요? 중병에 걸려 아이를 책임져주지 못한 아빠의 책임일까요? 아니면 생계를 위해 하루종일 폐지를 줍느라 아이를 잘 관리해주지 못한 할머니의 책임일까요? 겁에 질린 얼굴로 ‘할머니, 치료 잘 받으면 아빠 집에 오는거지?’ 하던 그 아이의 얼굴이 아직도 가끔 떠오릅니다.

부디 이런 아이들의 구강건강까지 책임질 수 있는 제도를 고민하는 그런 협회장님이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위기의 동네치과를 구해내고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치과계를 만드는 그런 협회장님이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최남섭 협회장님의 성공과 치과계의 발전을 기원하겠습니다.

 
  전양호(본지 편집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