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의 잘못된 선택! 생존전략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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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계의 잘못된 선택! 생존전략 바꿔야
  • 전양호
  • 승인 2013.10.2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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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치과계는 위기인가]③ 네트워크와 상업화!! 우리의 대안인가?

 

그럼 너희들도 그렇게 해!

2011년 8월 국회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U네트워크의 2010년 총 매출은 약 4,000억 원에 이르렀다. 이는 2010년 총 치과의료서비스 비용인 6조 1,061억 원의 약 6.5%에 이르는 액수다. 2010년 삼성서울병원의 매출액이 9,139억 원임을 감안할 때 어마어마한 규모의 수익을 올리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자료에 따르면 U네트워크의 지점 수는 110개, 근무치과의사 수는 600명 정도라고 한다. 2010년 전체 치과병의원 14,262개소의 약 0.8에 불과한 U네트워크가 전체 치과의료서비스 비용의 6.5%를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치과의사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다른 상업적인 네트워크 치과들과 이들이 가져가고 있는 치과의료비용을 생각해봤을 때, 그리고 극단적인 이윤추구로 인한 부작용들을 생각할 때 치과계의 반발이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오직 경제적 동기만을 고려한다면, ‘그럼 너희들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느냐?’라는 반박에 부딪친다. 실제 경제적 이유로 인해 이들의 경영 형태를 답습하고 있는 치과가 늘어나고 있는 것 또한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 때는 경제적인 효율성과 긍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네트워크 치과가 치과계의 각광을 받던 시절도 있었다.

네트워크 치과병원의 발전

우리나라에 네트워크 치과병원에 대한 개념이 회자되기 시작한 건 대략 1990년대 중후반부터다. 거의 대부분이 단독개원 형태이고 기껏해야 공동개원 정도였던 치과계에 네트워크 형태의 경영을 의미있게 시도했던 건 예치과(1992년 설립)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몇몇 네트워크 치과들이 그 뒤를 이으면서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여전히 치과계는 단독개원의 형태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초기의 네트워크 치과는 브랜드와 진료시스템, 진료철학 등을 공유하는 정도였다. 브랜드 파워나 대다수의 단독개원의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었던 자본력, 규모의 경제 등을 통해 점차 상업적인 모델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지지부진하던 네트워트 치과와 대형병원의 성장을 견인한 건 치과계 경쟁의 심화와 IMF부터 시작된 한국 경제의 길고긴 침체의 시작이었다. 1979년부터 81년까지 불과 3년 사이에 전북대, 원광대, 전남대, 부산대, 단국대학교에 치과대학이 신설되면서 치과병의원이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가파른 경제성장기가 끝나가면서 치과의사들에게도 경쟁과 변화가 요구되기 시작했다.

▲ <표1> 연도별 치과병의원 수의 변화추이(1970-2005)
치과의사들이 선택한 변화는 대형화와 네트워크치과로 대표되는 상업화 모델이었다. 1995년 전체 치과병의원의 0.7%인 57개에 불과하던 공동개원이 2005년 11.5%로 증가했고, 이 기간 그룹형의 공동개원이 약 20배 가까이 증가했다.

▲ <표2> 연도별 치과병원 수의 변화추이(1991-2003)
또한 1993년에 최초의 개인소유 치과병원이 설립된 이후 2003년까지 16배 이상의 치과병원이 증가했고, 1990년대까지 2개뿐(예,모아)이던 네트워크 치과는 2000년대 들어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늘어났다.

본격적 상업화 ‘기형적 네트워크’의 출현

양적인 성장을 거듭하던 네트워크 치과병원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것은 노무현 정부 시기 의료산업화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전 수평적 네트워크를 통한 브랜드 파워와 규모의 경제에 의존하던 것에서 벗어나 병원경영지원회사(MSO;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수평적 네트워크를 묶어내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을 지향하기에 이른다.

적극적인 영리병원의 형태는 아니지만 MSO는 투자자들과 그들에 대한 이윤의 배분, 그리고 진료 외 업무를 담당하는 자들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전제로 한다. 당연히 이윤추구의 경향이 이전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다양한 광고행위를 통한 환자의 유치, 진료 외 서비스의 고급화 전략, 코디네이터와 성과급제의 도입 등을 통한 적극적인 경영행태가 이 시기 의료서비스의 규제완화 분위기와 함께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업적인 경향들이 극단에 이르러 기형적인 네트워크가 출현하게 된다. 동등한 위치의 치과의사들의 수평적 네트워크가 아니라 1인 지배구조의 수직적 네트워크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 네트워크 치과들은 기본급이 없는 극단적인 성과급제를 도입하고 있다. 또한 치과의사와 환자들의 윤리적 관계를 최대한 분리해 진료에 대한 책임이 아닌 수익에 대한 책임만이 남게 만든다. 극단적인 성과급제와 의료윤리의 배제 그리고, 오랜 시간 축적된 의료서비스의 상업적인 변화들이 괴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

살펴본 것처럼 ▲대형화와 네트워크 ▲성과급제 ▲진료 외 서비스의 고급화 ▲광고를 통한 환자의 유치 ▲의료인과 환자들의 분리 등의 경영 방법은 이들만의 노하우는 아니다. 치과의사들의 공급이 급증하고, 이전의 호황이 사라진 후 살아남기 위해 치과계가 선택한 생존전략이었다. 물론 극단으로 치달은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되겠지만….

상업화의 역풍

문제는 이러한 생존전략이 치과의사 대중 모두를 포괄하지 못하며, 몇몇 승자만이 살아남게 되는 시장의 논리를 채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정한 자본력을 갖춘, 의료윤리보다는 상업적 마인드로 무장한 일부가 승자가 되고, 패자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대가를 치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치과병의원 879곳이 폐업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1년도 폐업 수와 비교해 봤을 때 127곳이나 많은 수치다.

▲ <표3> 치과병의원 개폐원 현황
이와 같은 통계는 일반적으로는 경기불황과 그에 따른 치과의 경영악화를 가리킨다. 최근 경기불황으로 인해 전체 의료비 지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다. 그리고 고가의 비급여 치료가 많은 치과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 할 것이라는 건 상식적으로 충분히 예측가능하다.

하지만 그동안 늘어나고 있는 치과의사들을 먹여살리지 못할 정도로 치과의료비용이 증가하지 못했다는 증거 또한 명확하지 않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전체 치과병의원 수가 약 1.13배 증가하는 동안 치과의료서비스 비용은 1.53배 증가했다.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파이를 늘리려는 치과계의 그 동안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 <표4> 치과병의원 대비 치과의료서비스비용 변화
최근 불황에 의한 영향으로 일시적인 부침은 있겠지만, 추세적으로 치과의료서비스 비용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하지만, 치과의사들은 꾸준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올해가 최악이라는 말을 매년 반복하고 있다.

아직 치과계에서 양극화에 대한 연구가 체계적으로 되어 있지는 않지만 어딘가로 수익이 편중되고 있고, 점차 그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는 예측이 가능한 이유다.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시기

요즘 건강보험이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틀니, 스케일링 등이 급여화된 영향도 있겠지만 환자들과의 관계 회복, 수입의 안정성, 운영비용의 감소 등의 장점으로 인해 건강보험 진료를 통해 경영상태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전체 치과의료 비용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국민들의 신뢰를 상실하고 있는 모순의 원인을 본능적으로 직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2011년 치과경영연구소에서 발표한 바(2009년 1~2인 치과대상 조사)에 따르면  치과개원의들은 약 3억원 정도의 개원자금을 사용했다고 한다. 의료인의 타자본 의존도가 62.3%(2011년 안홍준 국회의원 발표)임을 감안하면 치과개원의들은 개원자금의 약 2/3인 2억 정도를 부채로 시작하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2011년5월23일덴탈포커스기사인용>.

많은 비용과 노력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실패를 하고 있고,  실패하지 않으려면 더 많은 것을 쏟아부으라고 강요한다. 하지만 승자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은 필연적이다. 그리고 합법적인 틀 안에서 자신만의 경쟁력(실력이든 자본이든 가격이든간에)을 확보하고 우위에 선 이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들이 다수를 배제해가고 있다면 이는 또 다른 얘기다.

이제는 좀 더 다른 차원의, 성실하고 윤리적인 그리고 합당한 수준의 실력을 갖춘 치과의사라면 누구나 살아남을 수 있는 그런 체계를 모색할 시기다.

 
전양호(건치신문 편집국장, 종로 인치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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