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문인, 의료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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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전문인, 의료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 이은경
  • 승인 2012.07.1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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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Punch]

 

포괄수가제를 둘러싼 갈등이 가까스로 봉합되었습니다. 15년전부터 시행해왔고 현재 병의원의 80% 이상이 참여하고 있는 제도를, 그것도 이전 의사협회와의 합의를 거쳐 도입을 하겠다는 것에 반발, 수술거부까지 천명한 의사협회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거세지면서 한발 물러선 모양새입니다.

포괄수가제는 의료의 질을 보장하면서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억제하는 효과가 검증된 제도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총액계약제 등 다른 지불제도와 결합해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이론적, 학술적, 경험적으로 우수성이 증명된 제도를, 그것도 전체 질병군 중 3-4% 에 해당하는 7개 질병군에 대해 시행하겠다는 것에도 의사들은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 우리나라에서 의료개혁은 이렇게 힘든 걸까요? 유신독재 시절 강제적으로 도입된 전국민 건강보험 제도 이후 의료집단은 단 한번도 의료제도 개혁의 주체가 된 적이 없습니다. 건강보험통합과 의약분업이 유일한 큰 틀의 의료개혁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의료인들은 항상 저항세력일 뿐이었습니다.

특히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야기했던 의약분업과정에서 의료인들은 응급실까지 폐쇄하는 파업을 강행하면서 제도에 저항했고 그 과정에서 의약분업은 본래의 의미를 상실하고 건강보험 수가를 크게 인상해주는 선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문제의 원인은 의료계의 갈등해결 방식에 있습니다. 의료는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전문성이 강해 일반 국민들이 제도에 대한 합리적 판단을 하기 어렵습니다. 경제 성장, 인구 고령화, 의료기술의 발전 등으로 의료비를 적정하게 유지하면서도 의료의 질을 보장하는 과제는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목표가 됩니다. 모든 선진국에서 의료의 공공성, 일차의료, 지불제도 개혁 등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미국 오바마의 의료개혁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이해관계가 첨예하여 갈등의 소지가 매우 큽니다. 때문에 정부 공무원, 의료전문가, 보건제도 전문가 등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전문가 집단은 그 과정에서 항상 반대세력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의약분업 과정을 거치면서 경험한 “벼랑끝 전술을 통한 최대한의 이익보전” 방식은 이후 모든 의료개혁에 대한 대응방식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여기에 정부의 무사안일주의, 복지부동 정책이 맞물려 우리나라의 핵심적 의료개혁과제들은 전부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시간이 얼마 없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와 의료이용관행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의료비증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나친 의료의 상업화를 저지하고 공공부분 강화, 보장성 강화, 일차의료, 지불제도 개선 등으로 대표되는 개혁이 빠른 속도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동의하는 내용입니다.

의료전문집단은 의료의 전문가로, 합리적 대화상대자로 기능할 것인지, 집단이기주의를 관철하기 위한 벼랑끝 전술에만 매달릴 것인지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또한 그 고민은 대형병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의료상업화속에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다수 개원의들과 병원 수익 창출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병원 근무 의료인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도 합니다.

의료인 VS 정부의 구도가 아니라 의료자본 (병원, 제약, 보험 자본) VS 의료전문직의 구도로 사고를 전환하고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직으로서의 모습을 되찾아야 합니다.

본 연재글은 새로운사회연구원(www.saesayon.org)에 게재된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이은경(새사연 보건복지분야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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