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불사업 30년 '감시체계' 필요하다
상태바
수불사업 30년 '감시체계' 필요하다
  • 한동헌
  • 승인 2011.09.25 21: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논설]한동헌 논설위원 - 수불30주년을 맞아

 

2011년 1월 13일, 미국 보건복지부는 1962년 미국 공중보건서비스식수기준이 정한 수돗물불소농도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제안했다. 기존 식수의 불소농도에 대한 미국공중보건서비스 권고는 기온에 따라 0.7~1.2 mg/L였으나 새로운 기준은 적정농도로 0.7mg/L를 제안하고 있다. 미국의 식수의 불소농도의 새로운 기준인 0.7mg/L은 기존에 수불사업을 하고 있는 곳과 새롭게 수불사업을 시작할 곳에 적용될 예정이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왜 수돗물의 불소농도기준을 바꿨을까?

첫째, 수불사업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불소배합세치제와 같은 다른 불소함유제품이 사용되더라도 일생에 걸친 수불사업의 우식 예방효과는 여전히 강조되어야 하며,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은 연령, 학력,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지역사회 주민 모두에게 불소를 공급할 수 있는 가장 비용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둘째, 불소공급원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1945년 시작되어 2008년 현재 미국국민의 65%가 혜택을 받고 있는 수불사업과 1955년 처음 시도되어 1990년대에 90% 이상의 세치제시장을 점유한 불소배합세치제는 미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불소공급원이다. 그 외 구강세정제, 불소보충제, 전문가불소도포 등 불소공급원이 다양해지고 있다.

셋째, 반점치 유병율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1962년 미국 공중보건서비스 식수기준이 제시한 적정수돗물불소농도는 반점치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치아우식증을 감소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설정되었다. 그러나, 미국국민건강영양조사 1999-2004와 미국아동구강건강실태조사 1986-1987을 비교한 결과, 경미도 이상의 반점치 유병률은 12-15세 청소년에서 23%에서 41%로 증가하였다. 따라서, 미국 보건복지부는 최근 새로운 지침을 제시한 것이다.

넷째, 식수불소농도와 치아우식증과 반점치 사이의 관계때문이다.

미국아동구강건강실태조사 1986-1987 결과, 식수의 불소농도가 0.7 mg/L 까지 증가함에 따라 치아우식증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며 0.7 mg/L에서 1.2 mg/L 사이에서 평형을 이루는 반면, 경미도 이상의 반점치 유병률은 식수의 불소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증가하였다. 1978년 홍콩에서는 식수의 평균 불소농도를 0.82 mg/L에서 0.64 mg/L로 감소시킨 후 1980년대 중반까지 반점치 유병률이 감소하였으며, 동시에 치아우식증 유병률은 증가하지 않았다. 이러한 근거로 식수의 불소농도를 0.7 mg/L로 유지해도 반점치의 위험은 감소하면서 치아우식예방은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미국 아동 및 청소년에서 불소섭취와 기온의 관계 때문이다.

1962년 미국 공중보건서비스식수기준이 정한 수돗물불소농도 0.7~1.2 mg/L는 1950년대 캘리포니아에서 더운 날 어린이가 수돗물을 더 마시기 때문에 더운  지역은 더 낮은 불소농도가 적절하다는 연구결과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러나 1950년대 이후 에어컨의 사용과 생활습관의 변화와 같은 사회환경의 변화로 인해 과거의 근거는 바뀔 필요가 있다. 최근 연구는 기온과 식수섭취량은 관련성이 없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미국 보건복지부는 미국 전 지역에서 수불사업을 단일 농도인 0.7 mg/L로 시행할 것을 제안하였다. 

우리나라는 1981년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을 처음 실시한 이후 올 해로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 30주년을 맞았으나 불소첨가기 설치 정수장 수는 2000년 37개소에서 2006년 25개소, 2010년 27개소로 감소했으며, 불소농도가 조정된 수돗물 음용인구수도 2000년 5,962,500 명, 총인구대비 12.7%에서 2006년 2,820,496명, 총인구대비 5.8%, 2010년 3,086,509명, 총인구대비 6.3% 로 급속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한편,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아동의 치아우식증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며 이러한 감소 요인의 하나로 불소배합세치제 사용 확산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불소배합세치제 사용자율은 1994년 서울특별시 시민에서 39.0%이었고, 2000년 울산광역시 시민에서 97.4%이었으며, 2004년 전문대학재학생에서 99.3%로 보고하였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후반 이후 불소배합세치제의 사용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보건복지부가 지난 1월 적정수돗물불소농도를 0.7ppm으로 조정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수십년간에 걸쳐 다양한 불소공급원에 따른 불소노출의 구강건강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감시를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 수불사업의 문제점 중 하나는 다양한 불소공급원에 따른 불소노출의 구강건강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감시가 수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수불사업 시행 지역주민 및 미시행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불소 노출상태와 구강건강의 영향을 지속적, 체계적으로 감시,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통해 과학적이고 타당성이 확보된 근거자료를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평가하여 국가 구강보건정책에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은 2000년에 비해 2010년 국내총생산이 76.2% 증가하였으며, 이러한 국가 경제수준의 향상에 힘입어, 국민의 삶은 질적 향상을 추구하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및 개인의 권리에 대한 국민적 요구 또한 계속 증대하고 있다. 이러한 최근의 현상은 인터넷 등 언론환경의 일반화 및 접근성 증가에 힘입어 국민 개개인이 접하게 되는 구강보건학 및 환경보건학적 정보의 양 증가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이로 인하여 환경과 건강문제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과 인지 정도가 과거에 비하여 매우 높은 수준이며, 대표적인 공중구강보건사업인 수불사업의 추진에 있어서도 이렇게 변화하는 주변 여건을 소홀히 할 수 없는 형편이 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볼 때, 미국의 적정 수돗물불소농도에 대한 새로운 기준 제안은 우리나라도 수불사업의 전반적인 감시체계 구축 및 이를 통한 과학적 근거자료 생산으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합리적인 공중구강보건사업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다.

한동헌(본지 논설위원,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