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1] 수불토론회 : 꼬인 실타래 어떻게 풀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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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1] 수불토론회 : 꼬인 실타래 어떻게 풀어야 하나?
  • 이인문 기자
  • 승인 2004.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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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불반대론자들의 활동으로 청주와 과천 등지에서 사업시행이 중단된 수돗불불소농도조절사업(이하 수불사업)의 재활성화를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달 18일 연세 치대 병원에서 열린 대한구강보건학회의 2004년도 제2차 학술집담회 ‘수불사업의 사회적 측면에 대한 조명’이 바로 그것. 열악한 국민들의 구강건강의 향상과 우리 치과계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수불사업의 재활성화를 위해 이날 논의된 다양한 논의들에 대해 다시 한번 재점검해보기로 하자.

주민들의 여론수렴이 능사인가?

첫 번째 연사로 등장한 부산 치대 김진범 교수는 ‘공중보건사업과 개인의 선택권’이라는 발제문을 통해 애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및 한국수자원공사는 수불사업을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로 되어 있던 구강보건법 제10조 1항의 내용에 지난 2003년 7월 “공청회 또는 여론조사 등을 통해 관계 지역주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그 결과에 따라 수불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는 조항이 추가되면서 수불사업이 위기를 맞게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그는 미국에서도 1980년부터 1989년까지 수불 163건에 대해 주민투표를 했으나 63%가 실패한데 반해 수불사업 채택여부를 의회의원 등만이 관계해 심사한 경우 281건 중 78%가 성공했다면서, 수불과 관련된 논란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집단을 통한 사업시행의 채택여부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세번째 연사로 나선 정세환 강릉 치대 교수 등의 연구결과인 ‘수불사업의 반대주장에 대한 재검토’는 더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정세환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수불사업을 중단했다고 발표한 지자체는 없다”면서 “다만 수불 반대론자들의 활동으로 선거를 의식한 일부 지방의회 의원들이 찬반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이 사업에 대해 약품 구입비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편법을 통해 수불사업을 시행도 아니고 취소도 아닌 아주 애매한 상태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이와 같은 방법으로 수불사업을 중단한 청주와 과천시의 주민들에 대한 인식도 조사(각 500명씩 전화조사. 여론조사기관인 아시아인사이트코리아 의뢰)에서 찬성(과천 55.2%, 청주 46.6%)이 반대(과천 37.4%, 청주 42%. 이하 같은 순서)보다 더 많이 나왔다고 밝혔다. 또한 수불사업 시행여부에 대한 의사결정 절차에 관한 문항에서도 ‘지자체가 전문가 의견을 들어 결정한다’( 36.6%, 42.8%)가 가장 많았고, 이어 ‘여론조사를 통한 주민의사 간접반영’(34.2%, 31.6%), ‘주민투표를 통한 직접반영’(25%, 21.4%) ‘지방의회의 심의 및 의결을 통해 결정’(3.8%, 3.6%)의 순이었다고 밝혔다.

즉, 최근 수불중단을 야기한 지방의회에 대해 해당주민들은 미국과는 달리 매우 큰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

따라서 그는 “해당주민들이 지방의회를 신뢰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전문가들의 견해를 매우 중요시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수불반대론자들의 등장으로 개정된 구강보건법 상의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과정’에 대한 모든 권한을 지방의회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더욱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 내야 할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또한 그는 “지난 1990년대 후반 이후 수불 반대론자들이 등장하면서 ▲인체안정성문제와 ▲환경안전성문제 ▲주민의사존중문제 등을 이유로 들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해 단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외국의 사례만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주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해당지역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 검증을 통해 수불사업에 대한 오해들을 적극적으로 해명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또한 이날 함께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강릉 지역의 수불사업지역과 비사업지역의 3-6세 어린이 각 60명씩의 음식물을 통한 일일불소섭취량 조사 결과 각각 0.445㎎과 0.131㎎, 그리고 몸무게 ㎏당 일일불소섭취량이 0.0244㎎과 0.0069㎎으로 나타나 어린이 몸무게㎏당 0.05-0.07㎎의 상한선을 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결과는 외국의 다른 연구결과와 비슷한 분포를 나타내고 있으며, 비사업지역의 경우 사업지역에 비해 불소섭취량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소변을 통한 불소배출량(0.89 ppm과 0.47ppm)을 토대로 불소섭취량을 추정한 결과(일일 섭취된 불소량의 75-90%가 소변으로 배출된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불소섭취량과 비교적 유사한 결과를 확인하였을 뿐만아니라 WHO의 연구보고와도 일치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한 경기도 K시와 강원도 K시 및 경기도 A시에서 원수와 불소화합물 투입직후 정수장 수. 그리고 가정수의 중금속오염도와 불소농도를 각각 측정한 결과 불소투입으로 인한 중금속 오염은 없었으며, 다만 경기 K시의 경우 가정수까지 적정의 불소농도를 유지하고 있음에 반해 강원 K시와 경기 A시의 경우 최소 0.6ppm에도 못 미치는 0.33-0.50ppm불소농도로 보급하고 있어 이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이라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공공성’과 ‘개인주의’의 대립

이어 그는 “이번 연구결과로 사업지역과 비사업지역간에 손톱불소농도가 각각 4.49㎍/gr과 2.68㎍/g으로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P=0.000)”면서, “중장기적 노출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손톱불소농도와 단기간의 노출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소변 불소농도, 식수 불소농도와의 상관계수가 각각 0.380과 0.408로 다소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만큼 수불 반대론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불소의 중장기적인 노출정도를 확인하는 지표로 손톱 불소농도를 활용해 해당 주민들의 의구심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두 번째 연사로 나선 서대선 서울시립동부병원 치과과장은 “미국의 철학자 존 롤스의 정의론, 즉 모든 사람은 평등한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평등한 자유의 원리’와 어떤 정책이 정의롭기 위해서는 ‘사회적 최약자의 삶’을 조금이라도 증진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최소극대화의 원칙(차등원리)’에 따른다면 수불사업을 사회적 최약자들을 위해 시급히 지원해야할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그 사회적 의미를 확장시켜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최근 대한변협에서 펴낸 ‘2003년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적어도 300만 명이 넘는 신빈곤층이 국민기초생활보호법상의 기초생활보장도 받지 못한 채 자살 등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또한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해 보험급여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건강보험료 체납자가 약 139만 여명에 달하고 있는 현실에서 사회적 약자에게 우선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수불사업을 실시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라고 주장했다.

즉 IMF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공공성’이라는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광범위하게 요구되고 있는데, 신자유주의라는 경제체제하에 다수가 시장경제의 실패자가 되고 있는 오늘의 우리 현실에서 개인의 창발성 또한 매우 중요하지만, 이것은 성장과 생산의 영역에서 더욱 필요한 것이지 복지와 같은 사회적 지출에 필요한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이에 따르면 수불 찬반논쟁에서는 명확한 대립구도가 튀어나오는데, 그것이 바로 수불 찬성 측의 ‘공공성’과 반대 측의 개인의 선택권이라는 ‘개인주의’라는 것이다.

기나긴, 그러나 물러설 수 없는 싸움

사실 수불논쟁은 지난 1950년대 미국에서 사업을 처음으로 시행한 시점부터 태동하기 시작한 매우 지난한 역사라 할 수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수불 반대론자들의 등장으로 인해 사업시행의 확산에 정체를 빚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치과계의 바람대로 수불사업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대론자들과의 싸움을 바라볼 필요가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지정토론자로 나선 연세 치대 권호근 교수의 지적처럼 “우리 치과계가 수불반대론자들의 존재를 너무 안이하게 취급해 온 것이 아닌갚하는 반성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한 전민용 전 건치 공동대표의 지적처럼 “최근 시민운동 내부에서 수불반대세력들의 논리가 먹히는 이유 중 하나가 환경주의나 생태주의가 갖고 있는 대안적 세계관으로서의 우위 때문인 경우가 많다”며, 그런 만큼 “환경생태주의 또는 근본생태주의 등에 대한 학습과 이해를 통해 그 주장의 긍정성과 부정성을 파악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만 우리 주장의 지속적인 담론적 합리성을 정립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도 관심을 가져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날 연구논문을 발표한 정세환 교수의 지적처럼 “단순히 외국사례에만 의존하면서 이미 수불사업에 대한 안정성과 효과성이 입증되어 있다고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구체적인 사례에 대한 연구결과를 통해 현재 수불반대론자들의 등장으로 인해 한편으로 의구심을 갖고 있는 해당 주민들과 국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내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진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그것은 정세환 교수가 발표한 청주와 과천의 주민들에 대한 전화 여론조사의 결과만 보더라도 그 단초를 발견할 수가 있다.
문제는 수불과 관련된 이 진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수불반대론자들로 인해 혼란에 빠져 있는 국민’들에게 알려낼 수 있을까 하는 우리 치과계에 떨어진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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