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 지상 세계가 그리운 현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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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 지상 세계가 그리운 현호색
  • 이채택
  • 승인 2005.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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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현호색. 다른 현호색과는 달리 잎이 넓고 서식환경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차이가 있다
겨울답지 않게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이상기온이라 호들갑떤 것이 얼마 전인데 어느새 한파가 몰아치며 이를 시샘하고 있다. 따뜻한 남쪽나라인 이곳에서도 한 낮에 얼음이 녹지 않고 있다. 나이가 하나씩 늘어가면서 겨울이 싫어지는 건 나만의 현상은 아닌 듯하다. 추운 겨울이 싫은 것은 추위 때문만은 아니다. 야생화를 찾아 다닐려면 봄을 기다려야하니 겨울이 유난히 길어 보이고 지루하다.

▲ 바위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 현호색의 서식환경을 보여준다
따뜻한 춘삼월이 돌아오면 일찍 볼 수 있는 꽃 중의 하나가 현호색이다. 이 땅에 자생하는 야생화는 꽃모양이 특이한 것이 많은데 현호색도 그중 하나이다. 어찌 보면 치어를 닮아 보이기도 하고, 반면 어찌 보면 무섭게 보이기도 하는 요상하게 생긴 꽃이다.

현호색을 처음 만난 것은 2년전 어느 봄날이었다. 특이하게 생긴 꽃이 너무 귀여워 한포기를 집으로 모셔왔다. 바위틈에 자리를 잡고 땅속에는 직경 1cm 정도의 둥근 괴경이 있었다. 그런데 꽃이 피고 얼마 후 잎이 모두 말라 버렸다. 죽어 버린 것이 아닐까 근심이 되기 시작했고 집으로 데려온 것이 후회되기도 했다.

하지만 뿌리가 둥근 덩이로 되어 있는 것은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음해를 기약하며 기다렸다. 이듬해 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현호색은 새순이 올라오고 다시 꽃을 피웠다. 꽃이 지고 얼마 후 다시 잎은 시들어 버렸다.

▲ 넓은 면적을 차지하며 지표면을 덮고 있는 군락지가 등산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현호색의 생태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봄에 새순이 올라와 꽃이 핀 후 잎이 말라버리는 것이 이놈의 특징이었던 것이다. 지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일 년 중 3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 기간은 땅속의 둥근 괴경만 생명을 유지하며 남아 있는 것이다.

작년 봄 얼레지를 찿아 출사를 떠났을 때 엄청난 군락의 현호색을 만났다. 역시 바위가 많은 산속에서 자라고 있었다. 현호색은 화강암, 화강편마암, 변성퇴적암계에서 잘 자란다 한다. 꽃은 3월부터 피기 시작해 중부지방에서는 5월초까지 꽃을 볼 수 있으며 줄기는 20cm 정도까지 자란다.

▲ 빗살현호색. 특이한 색상을 하고 있다. 아마도 일조량 부족으로 연한 색을 띄게 되었나보다
잎과 꽃의 형태에 따라 여러종으로 구분된다. 꽃에 갈퀴가 있는 갈퀴현호색, 잎에 흰색 반점이 있는 점현호색, 잎이 대나무 잎처럼 가늘고 긴 댓잎현호색, 잎이 크고 넓은 들현호색, 잎이 빗살 모양인 빗살현호색, 애기현호색 등 다양한 종이 있다.

현호색은 유독성식물이지만 땅속 괴경을 말리거나 쪄서 약재로 사용되어 왔다. 한방에서는 경련을 진정시키는 진경, 진통, 조경, 타박상 등에 다른 약재와 같이 처방하여 쓴다고 한다.

이채택(울산 이채택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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