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책, 건강한 토론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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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책, 건강한 토론을 권한다.
  • 김철신
  • 승인 2011.03.07 11:1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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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김철신 논설위원

 

최근 민주당이 발표한 소위 ‘실질적 무상의료정책’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현재 61.7%수준인 입원부분의 보장성을 90%로, 57.8%수준인 외래부분의 보장성을 60~70%수준으로 확대하여 OECD평균수준의 ‘실질적인 무상의료’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이 민주당의 정책제안에는 상병수당 등의 고려가 없으며, 무상의료추진에 필수적인 진료비 지불체계의 개혁을 위한 구체적 안도 없고, 특히 치과부분의 경우 50%에도 못 미치는 보장성을 목표로 하는 내용이라 ‘무상의료 정책’이라는 명칭이 민망하지만 어찌되었든 우리나라의 제1야당이 복지정책에 대해서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며 정책대결을 벌이고자 하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민주당이 총선을 1년 이상 남긴 시점에서 정책을 발표하며 제대로 논쟁을 벌이자고 하는 것은 그 진정성과 상관없이 의미 있는 일인 듯하다.

이 정책이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비판을 거쳐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무상의료에 대한 비판은 그 방향과 내용이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민주당의 정책이 표를 의식한 인기영합 정책이라는 비판이 많은데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이 국민의 선택인 표를 의식하여 정책을 제안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게다가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고 당장의 달콤한 정책으로 나라를 망칠 것이라는 비난은 우리 국민들이 국가의 장래와 상관없는 위험한 선택을 하리라는 것인데 이러한 시각자체가 지극히 위험하고 오만한 발상이라 하겠다.

체계적인 정책 대안 없이 그때그때 심각한 표정으로 상생을 외치거나 재래시장에 몰려다니며 떡볶이 사먹는 것보다는 초보적이나마 구체적인 정책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토론을 이끌어내는 것이 훨씬 더 성숙한 모습이라 하겠다.

그나마 검토해 볼만한 비판은 무상의료정책의 재정계획에 대한 것이다. 즉, 이 정책으로 인해 증가 혹은 감소될 재정 부담을 예측하고, 재정확보방안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구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한 비판은 주로 진수희 장관 등의 한나라당 측과 유시민 전 장관 측을 중심으로 가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비판들은 전혀 근거가 없거나 허무맹랑하다.

먼저 진수희 장관과 한나라당 측의 비판을 살펴보자.
이들은 30~39조원 정도의 추가재정이 소요되고 건강보험료는 두 배의 인상이 필요하다며 그 부담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측이 내놓는 근거들은 사실관계에 대한 제대로 된 확인을 거치지 않거나 이미 폐기된 자료를 활용한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 부담이 큰 입원부분의 보장성에 한해서만 90%까지 확대하는 것을 제안하였으나 한나라당측은 모든 부분의 보장성을 일괄 확대하는 것으로 계산하였고 가격탄력도도 과도하게 적용하였다.

의료이용에 따른 수요증가를 나타내는 ‘가격탄력도’에 관해서는 미국 RAND연구소의 연구결과가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데 이 연구에 따르면 의료서비스 비용이 10%감소하면 의료이용은 2%증가한다. 즉, 의료서비스의  가격탄력도는 -0.2정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측은 이 자료를 애써 외면하고 50여 년 전의 연구자료인 -1.5의 가격탄력도를 적용하여 재정 부담을 의도적으로 과장하고 있다.

또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도 지난 1월 한 대학의 강연에서 무상의료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경제학 관련 베스트셀러 서적을 출판하였고, 참여정부의 보건복지부장관을 역임한 인사의 비판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 내용은 충격적이어서 민주당안을 실현하려면 건강보험재정이 100조가 소요되고 건강보험료를 4배로 올려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근거라고 제시한 것이 무상의료를 제공한다는 독일 등의 나라가 쓰는 의료비가 그 정도 된다는 것과 의료서비스의 특성상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가 폭발한다는 것이다. 상병수당의 존재와 의료수가 등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독일의 사례를 그대로 인용해 무리한 논리를 만들고 있다. 건강보장이 가장 취약하다고 할 미국이 의료비에 가장 많은 비용을 쓴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면서 말이다.

또한 가격에 따른 수요증가에 한계가 있는 의료서비스의 특성을 정반대로 해석하는 등 도저히 전문가라고 보기 어려운 실수를 하고 있다. 이는 과거 집권여당의 핵심인사이자 보건복지부의 수장으로서 건강보험보장성확대의 좋은 기회를 사장시키고 외면해 버린 이의 아집과 무리한 자기합리화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보건의료에 대해서 국가가 어떠한 역할을 하느냐를 의미하는 건강보장정책은 한 치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안된다.  정책내용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이에 대한 국민의 판단이 있어야 한다. 정책학의 수많은 이론들도 사실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검증을 우선할 것을 권하고 있다. 국민의 뜻을 대신한 정당과 전문가들의 역할은 이 사실판단에 대해 오류가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일 것이다.

현재의 무상의료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이들이 제안자들보다 논리적 근거가 있는 비판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비판과 검증을 위해서 보다 철저한 고민을 해주기 바란다. 감정적이고 편견에 사로잡힌 무조건적인 반대는 소모적인 논쟁일 뿐이기 때문이다.

김철신(본지 논설위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구강보건정책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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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 2011-03-11 10:55:50
복지가 무상대 유상, 보편대 선별 같은 방식으로 논쟁이 되는 것은 복지확대전략에 전혀 도움이 안되고 잘못된 논쟁구도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복지에서 유상이나 선별도 꼭 필요한 경우가 많으니까요.

전민용 2011-03-11 10:52:49
보건의료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어 보기 좋네요. 향후 정책연구회의 활동이 기대됩니다. 김선생도 '실질적'이라는 형용사를 달았지만 무상의료가 실질적으로도 무상의료가 아니면서 제목만 섹시하게 뽑다보니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있는 측면도 강합니다. 무상급식도 의무급식이 더 정확한 것 같고요. 무상보육도 어린이집 공짜로 다닌다고 무상보육이 되는 것이 아니죠. 무상이라는 말 재고해야 한다고 봅니다.

강민홍 기자 2011-03-09 02:14:51
좀 글이 길어지더라도 한나라당이 내놓은 근거들이 어떤 부분에서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는지, 유시민 전 장관의 주장이 어떤 부분을 외면했는지..예시를 제시했더라면 더 많은 분들이 끄덕끄덕 했을 듯 싶습니다. 이 글을 읽은 많은 분들이 관심도 별로 없고 잘 모르니까요....어쨌든 조금 어려웠지만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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