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 창립기념일 30년간 ‘잘못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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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협 창립기념일 30년간 ‘잘못 알았다’
  • 강민홍 기자
  • 승인 2010.12.1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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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으로 여겼던 조선치과의사회 사실은 한국인 배제·탄압…기원 한성치과의사회로 바꿔야

▲ 신재의 협회사편찬위원장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이수구 이하 치협)가 일본 치과의사들이 1921년 10월 2일 설립한 조선치과의사회를 기원으로 잘못 알고 지난 30년간 기념해 온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조선치과의사회는 한국인 치과의사들은 배제한 채 일본인 치과의사들만으로 구성됐으며, 향후 한국 치과의사들이 설립한 한성치과의사회를 통폐합시키는 등 한국인을 배제 및 탄압해 왔던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때문에 하루 속히 치협의 창립기념일을 1921년 10월 2일에서 한성치과의사회가 설립된 1925년 5월 이후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치협 협회사편찬위원회 신재의 위원장은 지난 9일 세종문화회관 벨라지오에서 열린 치협 창립기념일에 관한 대한치과의사학회(회장 배광식 이하 학회)와의 합동회의에서 이와 같이 주장했다.

신재의 위원장은 “조선치과의사회 창립 기념사진에는 22명의 일본인 치과의사들만 나와있고, 한국인은 1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1932년 10월 2일 조선연합치과의사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한성치과의사회를 가맹시키는 등 한국인 치과의사를 탄압했다는 기록도 찾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치협은 1981년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조선치과의사회 창립기념일인 1921년 10월 2일을 창립기념일로 결정하고 매년 이날을 기념해 왔다.

그러나 올해 4월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서울시치과의사회가 치협 창립기념일을 변경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안건을 상정·통과됨에 따라 치협은 학회를 통해 재고찰 작업을 해 왔다.

학회에 따르면, 1910년 한일합방 당시 우리나라 사람으로 치과의사가 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고, 일본 통감부에서 입치영업허가를 얻은 ‘입치사’ 수명이 있었을 뿐이다. 1914년 한성에는 일본인 치과의사 5~6명 감리교 선교치과의사 한대위가 있었다.

우리나라 첫 치과의사는 함석태 선생으로 1912년 일본치과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1914년 총독부 치과의사 면허 제1호를 취득, 남부곡교 삼각동 부근에 개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김창규, 한동찬, 이회창, 임택룡, 김연권, 조동흠 선생 등이 치과의사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학회 이주연 회원에 따르면, 경치전 1회 졸업생이 배출된 1925년 4월 15일 이후 치협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한성치과의사회가 창립하게 된다.

신재의 위원장에 따르면 조선치과의사회는 1945년 8월 해방 8개월 전쯤 해체됐으며, 치협의 전신인 조선치과의사회가 1945년 12월 9일 설립됐다.

조선치과의사회는 1949년 5월 29일 대한치과의사회로 개칭하고, 1952년 3월 16일 법정단체화 됐으며, 1959년 4월 29일 현재의 대한치과의사협회로 명칭을 개칭했다.

신재의 위원장은 “1945년 조선치과의사회를 설립한 한국인 치과의사들은 ‘한성치과의사회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선언했다”면서 “당시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선배들의 뜻을 우리가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합동회의에서는 신 위원장의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아 향후 치협 창립기념일 변경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학회 변영남 회원은 “조선치과의사회에 일본인 22명만 있다고 했는데, 창립총회 사진에 없다고 회원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느냐”면서 “함석태 선생도 경성치과의사회에 2회에 입회해서 동참했다. 역사는 편견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변 회원은 “신 위원장은 마치 1981년 치협 대의원총회에서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조선치과의사회 창립일인 1921년 10월 2일을 창립기념일로 정한 것으로 얘기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면서 “당시 내가 대의원이었는데 몇 해에 걸쳐 수많은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우철 회원도 “만약 일본인이 아니라 미국인이 치과의사회를 설립했다면 그것도 인정이 안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합동회의에서는 ▲해방전 조선치과의사회 설립일(1921년 10월 2일) ▲한성치과의사회 설립일(1925년 경치전 1회 졸업 후) ▲광복후 조선치과의사회 설립일(1945년 12월 9일) 3개 안을 치협 이사회에 상정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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