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 장애인치과병원 ‘전국 확대’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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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점 장애인치과병원 ‘전국 확대’ 절실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0.08.3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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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호 원장, 뇌병변장애인 정책간담회서 피력…전문 의료진 양성 시스템 구축도

 

장애인 환자들의 구강보건 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특성화 된 거점병원 설립 및 전문 의료진 양성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 백승호 원장은 지난 27일 국회의원 회의실에서 개최된 ‘뇌병변장애인의 치아건강권 확보를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현재 뇌병변장애인을 비롯한 여러 장애인들이 처한 구강보건 실태를 전하고,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을 호소했다.

 

뇌병변장애인 영구치 소실율 '46%'…물리적·경제적 어려움 커

▲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 백승호 원장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현희 의원이 주최한 이날 간담회에서 백 원장은 “연간 병원을 방문하는 전체 1만 8천 명의 환자 중 16%인 3천여 명이 뇌병변장애를 앓고 있다”면서 “장애의 특성상 진료 시 환자나 의료진의 부담이 큰 편”이라고 밝혔다.

백 원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치아우식률이 평균 2.2개 정도인데 비교해 뇌병변장애인들의 치아우식률도 이와 흡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문제는 뇌병변 장애 특성상 기본적인 잇솔질이 불가하고, 뇌성마비 약물치료 부작용 등으로 잇몸질환이 심각한 편이다.

특히 치아우식률은 일반인과 큰 차이가 없는데 반해 영구 치아소실률이 46%에 달해 일반인 2.6%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백승호 원장은 “이가 아픈 것은 똑같으나 뇌병변장애인이 치과 치료를 받기는 그만큼 어려운 상황”이라며 “치과계의 관심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뇌병변장애인들이 치아우식률에 비해 영구치 소실률이 이렇게까지 심각한 데는 치과접근성 및 경제적 어려움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태현 사무처장은 그 중에서도 ‘경제적’ 어려움‘을 가장 큰 장애물로 손꼽았다.

백 원장은 “장애인들의 평균 소득 수준이 일반인의 40~45%정도 인데 반해 국내에서는 아직 제도적 뒷받침이 미흡한 편이라 장애인들은 치료 받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영구치 소실률이 절반에 달하는 수치만 봐도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백 원장은 “여러 장애인 중에도 뇌병변장애인의 치과 치료는 특별히 더 어렵고 위험해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며 “물리적 어려움, 미약한 진료 환경의 문제도 크다”고 지적했다.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의도치 않은 반사 등 행동 부자유로 간단한 진료 시에도 보조인력 3~4명을 필요로 하며, 휠체어 등이 들어와야 하는 경우 공간적으로도 여의치 않아 진료에 어려움이 큰 편이다.

특히 심한 경우 전신마취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전신마취만 40~50만 원의 별도 비용이 소요돼 환자에게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돌파구는 '장애인 거점 병원과 전문 의료진'…예방사업도 중요

백 원장은 “장애 특성상 진료 중 사망의 위험까지 있을 수 있어 여건이 미흡한 일반 개원가의 진료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장애인 전문 거점 병원의 확대 및 전문 의료진의 양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또한 백 원장은 “전문 병원으로 비장애인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해야만 수익성 관계없는 운영이 가능하다”며 “현재 5개 광역 도시가 장애인치과병원 설립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백 원장은 “장애인병원의 전문 의료진을 장기적으로 이끌 수 있는 확고한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며 “치과병원은 진료업무의 특성과 열악한 환경 탓에 다른 일반 병원에 비해 이직률이 매우 높은 편”이라고 토로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백 원장은 “장애인병원 의료진에 대한 격려 지원 방안을 구상 중에 있다”며 “할증 또는 보험수가의 별도 측정 등 정부의 제도적 지원도 뒷받침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 장애인진료 할증 및 장애인치과학회의 활성화 등으로 정부의 지원책도 든든한 편이다. 장애인치과학회 한 번에 2천여 명이 몰릴 정도로 치과계 전체의 장애인에 대한 관심도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병원은 오는 11월 일본 장애인치과학회에 참석해 제도적으로 조언을 얻어 볼 작정이다.

이 외에도 백 원장은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의료전달체계를 정돈하고, 정책적으로 장애인들의 구강건강을 미리 보살필 수 있어야 한다”며 구강보건 예방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 백 원장은 “진정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들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특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병원을 찾을 수도 없이 병상에 누워있거나 시설에 입소해 동반보호자가 없는 경우에는 구강건강 상태가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병원은 재단법인 스마일과 공동으로 이동진료사업에 뛰어들어 정기적으로 장애인시설을 방문하고, 저소득층 장애인을 대상으로 무료 치과진료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소모되는 치료비가 연간 약 5천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병원은 기초생활수급자에 해당하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임플란트 등 비보험 진료에 한해 치료비를 50%까지 할인해 주고 있으며, 이외 장애인들에게는 20%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어 환자들의 진료비 부담을 덜어주고자 노력해 왔다.

또한 백 원장에 따르면, 최근 정부에서 65세 이상의 노인층을 대상으로 무료틀니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정세에 발맞춰 병원에서는 이미 그 대상을 55세까지 낮춰 50%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 원장은 “이처럼 병원 입장에서 적자를 감수하고 단행하고 있는 사업들이 많으나 현재 장애인들은 그나마도 여의치 않아 치료를 못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켜보기가 매우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끝으로 백 원장은 “병원이 뇌병변장애인들의 치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며 “지역 의사회나 종교 단체 등에서도 크고 작은 움직임이 많은데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사회적 발전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상황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희망을 버리지 말고, 언제든지 병원 문을 두드려 주길 바란다”면서 “장애인들을 위해 존재하는 병원인 만큼 힘닿는 데 까지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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