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낯뜨거운 국민의료비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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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낯뜨거운 국민의료비 통계
  • 강민홍 기자
  • 승인 2010.07.2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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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평균에 비해 낮으니, 의료상업화 허용해도 괜찮다는 사전포석일까?

보건복지부가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OECD에 제출하고 보건의료 정책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실시한 ‘2008년 국민의료비 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복지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강조한, 2008년도 국민의료비 추계 결과에 대한 분석요지는 첫째, 2008년도 국민의료비가 66.7조원으로 전년보다 7.9% 증가했지만, 전체 GDP 대비 비중은 6.5%로 전년보다 0.2% 증가했을 뿐이다.

물론 2003년 5.4%에서 5년 후 6.5%로 1.1% 증가, OECD 평균이 8.8%에서 9.0%로 0.2% 증가한 것에 비해 그 증가 속도가 빠른 것은 사실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하지만 전체 국민의료비 지출 중 공공재원 지출이 36.9조원으로 전년 대비 8.2% 증가해 전체 국민의료비 증가율인 7.9%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2003년부터 5년간 OECD 평균이 0.5% 증가한 반면 우리나라는 4.9%나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특히 가계직접부담 지출도 23.3조원으로 전년 22조원 대비 5.9% 증가했는데 이는 전체 국민의료비 증가율 7.9%보다 속도가 느리며, 더욱이 전체 국민의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0%로 전년보다 오히려 0.5%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전체 국민의료비 대비 가계직접부담 지출 비중이 2003년에서 5년동안 우리나라는 5.4%p 감소했는데, OECD 평균은 2.3% 감소하는데 그쳤으니, 복지부가 가계의 국민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국민은 알아야 할 것이라는 게 그 요지이다.

여기다 한가지 더 덧붙인다면, 복지부는 2008년 의약품과 의료용 소모품 지출이 15.9조원으로, 전체 국민의료비 증가율인 7.9%보다 낮은 5.3%만 증가했고, 전체 국민의료비 대비 비중이 24.5%에서 23.9%로 0.6%p나 감소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듯 복지부의 보도자료 내용을 종합해 보면, 국민의료비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대수로울 정도는 아니다. 무엇보다 OECD 평균에 비해 전체 국민의료비에서 공공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지고 있는 반면 가계직접부담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의료비가 증가함에도 공공지출을 늘림으로써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고, 이렇듯 성과가 있었다고 홍보하는 복지부에게 찬사를 보내야 할까?

아니올시다 다.

복지부는 보도자료와 함께 각색하지 않은 ‘2008년 국민의료비 추계결과 보고서’도 원문 그대로 첨부해 각 언론사에 전달했다. 핵심은 간단하다.

2008년 국민의료비 중 공공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가 55.3%에 그친 반면, OECD 평균은 72.5%로 아직도 우리나라는 17.2%나 한참 뒤져있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의료비 중 가계직접부담지출도 35.0%로 OECD 평균인 18.5%보다 무려 2배 가까이 높다는 사실이다.

그 뿐인가? 국민의료비 중 의약품등 지출이 OECD 평균은 17.1%인데, 우리나라는 23.9%로 아직 7%나 높다. 그런데도 드디어 23%대에 진입했다고 자축하고 있으니 가관이 아닐 수 없다.

바둑인을 예로 들자면, 5년 사이 10급에서 8급으로 진급한 아마바둑인이 프로 2단이 2.3단 수준으로 높아진 것을 빗대며 내가 급성장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것과 뭐가 다르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복지부도 밝히고 있듯, 우리나라의 국민의료비 상승률이 OECD 평균에 비해 무려 5.5배나 빠르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아직 우리나라 GDP대비 국민의료비가 6.5%로 OECD 평균인 9.0%보다 낮은 수준이며, 1인당 국민의료비 지출도 ppp$1,801(1,372천원)로 OECD 평균인 ppp$3,060 보다 훨씬 낮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가파른 상승률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국민의료비가 OECD 평균을 뛰어넘어 최대 국민의료비 지출국인 미국을 따라잡을 날은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기자는 복지부 보도자료에 대해 각 언론사들이 어떤 식으로 기사화를 했는지,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다 검색을 해 보았지만, “국민의료비 상승률이 가파르다”는 지적을 한 것 외에는 그 어떤 비판기사도 보질 못해 씁쓸함을 느낀다.

비단 국민의료비 외에도 공공의료 비중이 10%에도 못미치는 것을 비롯해 낯뜨거울 정도로 창피한 통계가 어디 한둘이겠는가? 우리의 객관적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문제는 그 ‘객관적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가 아닐까?

복지부는 이번 연구를 ‘보건의료 정책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객관적인 팩트’에 대해 기자와는 너무 다른 복지부의 해석에 아연질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민의료비 및 가계직접부담 지출율 급상승을 몰고올 의료상업화를 허용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기자가 정책입안자라면 어떻게 국민의료비 상승률을 낮추고, 공공지출 비율을 높여 가계지출부담율을 낮출까를 고민할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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