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이야기] 서바이벌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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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이야기] 서바이벌 게임
  • 신이철
  • 승인 2004.11.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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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인 큰아이에게는 총이나 로보트 장난감이 없다. 아이는 죽이고 부수는 폭력적인 게임도 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엄마 아빠가 장난감총이나 전쟁게임을 사주지 않아서 이제까지 갖고놀지 못했다. 아이들이 폭력에 노출되고 더 나아가 전쟁을 놀이쯤으로 생각하게 될까하는 염려때문이었다. 아이가 크면 사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아이는 장난감총을 사달라고 조르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를 폭력에 노출시킨 것은 어른들의 매나 TV의 전쟁장면이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이어질 때마다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가르쳐 주어야 했다. 하지만 강대국의 횡포와 명분없는 전쟁이 이어지고 핵무기의 위험이 커지면서 전쟁을 설명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최근 몇일동안 전쟁광 부시의 재선소식으로 기분이 우울했다. 세계평화를 외치며 들이대는 총부리에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쓰러져야 하는지. 선제공격 운운하며 협박하는 유일강대국 미국의 오만불손함을 우리같은 작은 나라의 국민들은 그저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한반도의 운명이 부시의 손에 달렸다는 생각을 하면 끔찍하기만 하다. 아마도 우리는 세상의 전쟁터에서 서바이벌게임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 주말 우리 치과에서는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전쟁놀이를 했다. 남이섬도 둘러보고 밤새 술도 마시고 산악오토바이도 타고 서바이벌게임도 했다. 2차 세계대전을 향수하며 퇴역군인들이 모의전투를 한데서 유래했다는 서바이벌게임. 단순한 놀이이고 팀웤을 다지는 스포츠라 생각하니 거부감도 덜했다. 별로 달갑지 않게 게임에 임했지만 예상외로 재미도 있고 직원들의 단합과 동료애도 다질 수 있었다. 글쎄... 세상의 전쟁이 이 게임만 같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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