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치과주치의’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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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치과주치의’부터 시작하자
  • 전양호
  • 승인 2010.01.1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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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국회 입법사무처 ‘주치의제 검토 보고서’를 접하고…

올해 영국은 13년만의 정권교체를 앞두고 있다. 6월로 예정된 총선에서 데이비드 캐머런이 당수로 있는 보수당이 노동당을 물리칠 것이 확실시 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당의 당수이며 차기 총리로 유력한 데이비드 캐머런은 최상류층 사립학교이자 영국 정치가들의 필수코스로 알려진 이튼 칼리지를 졸업한 영국의 최상류 1%에 속하는 가정환경에서 성장했다.

그런 그가 일부 의료산업화론자들이 비효율적인 ‘사회주의 의료’라고 비판하고 있는 NHS를 확대·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는 아마도 아들로 인해 영국의 의료체계를 불가피하게 직면하게 된 캐머런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그의 아들 아이반은 중증 간질을 일으키는 희귀병인 오타라하 증후군에 걸려 고생하다 작년에 사망했다.

뼛속까지 보수주의자인 캐머론마저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NHS의 근간은 주치의제이다. 지역사회와 일차의료를 기반으로 한 주치의제의 의료비 절감과 국민건강증진의 효과는 실증적으로 그리고 학술적으로 이미 입증돼 있다.

이미 서구의 복지선진국 대부분에서 주치의제를 실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악명을 떨치고 있는 미국의 관리의료(managed care) 역시 애초에는 인두제를 기반으로 한 주치의제 모델을 가정한 것이다.

물론 과도한 상업주의로 인해 왜곡되고 변질되어 배가 산으로 가긴 했지만….

최근 국회에서 주치의제와 관련해 두가지 의미있는 입법활동이 있었다.

하나는 지난달 말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고령사회 대비 주치의 제도 도입 검토'를 제목으로 한 현안보고서를 저출산·고령사회 대응의 일환으로 국회에 제안한 것이다.

보고서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의료비를 절감하고 효과적으로 국민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인두제를 기반으로 한 주치의제의 단계적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또 하나는 지난 4일 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18세 미만 아동청소년들의 치아교정 및 보철치료에 대해 보험급여화를 실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것이다.

그동안 제도권에서 외면받던 주치의제에 대한 논의가 국회에서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주치의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해관계자들의 반대와 보건의료체계를 개편하는 데 있어서의 복잡함과 어려움으로 인해 프랑스의 경우처럼 전면적인 시행을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해 보인다.

결국 지역, 연령, 특정진료 분야 등을 기준으로 한 시범사업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국회보고서에도 언급돼 있다.

이런 측면에서 18세 미만의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치과보장성 확대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는 양승조 의원의 발의안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치의제와 아동청소년의 치과보장성 확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이는 아동청소년의 치과치료에 대한 제한적인 주치의제의 가능성을 열게 되는 단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1차의료의 비중이 크고, 상대적으로 의료기관의 지역적 공백이 없으며, 의료소비자들의 요구가 강하다는 치과진료의 특성상, 그리고 예방과 건강증진의 효과가 탁월하다는 측면에서 ‘아동·청소년 치과주치의제’는 그 자체로도 매우 효과적인 보건의료정책이다.

의료산업화가 마치 보건의료정책의 모든 것인양 떠들어대고 있는 현 정권의 행태를 볼 때 본격적인 주치의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발전해나가는 것은 지난한 일이 될 것이다.

아직 초기적인 고민에 불과하고, 수많은 연구와 토론이 선행돼야 겠지만 아동·청소년 치과주치의제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돌파구로써 논의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전양호(건치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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