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 승마 입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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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승마 입문기
  • 김광숙
  • 승인 2010.01.1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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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 2009년 42호 소식지에 기고한 글의 전문이다.(편집자)

언젠가 가족들끼리 놀러갔던 제주도에서 체험승마를 한 적이 있었다.
말을 타고 마장을 걷고, 뛰다가 주변 들판을 서서히 걷고 들어오는 30분의 시간이 어찌나 재미있고 즐거웠던지 기회가 된다면 승마를 꼭 배워보리라 생각했었다. 인천에 돌아와서 그 해에는 주변에 있는 승마장을 알아보고 주말에 방문을 해보고 어떻게 배우는 것인지 시간을 얼마나 할애해야하며 비용은 어느 정도 드는지 알아보고 다녔었다.

그러다 포기.... 승마장에서 상담을 받던 중, 옆에 앉아있던 어떤 분이 승마는 돈과 시간이 다 많아야 하는데 내가 승마를 할 수 있는 상황이냐고 물어보는 말에 빈정이 많이 상했었다.

뭐야,  돈과 시간이 많으려면 사업을 하거나 물려받은 게 많아서 반백수 생활을 하는 사람 말고 누가 있겠나 싶어서 속으로 투덜거리며 돌아오면서 승마를 포기했었다. 사실 그사람 말에 엄청 빈정 상했었던 게 컸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다.

2년 정도 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부평구 여자치과의사회 모임을 하면서 우연히 승마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자리에 승마를 1년 넘게 배우는 분이 계셔서 정말 운 좋게도 승마를 배울 기회를 갖게 되었다.

보통은 체험승마를 해보고 결정하는데 난 바로 신청 및 입금을 완료하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마장에 갔다.

그때가 9월 6일 아침 7시였다. 먼저 와서 타고 계시던 원장님과 같이 연습하는 20대의 여학생을 보고 있는 20분간 너무 행복했다.

그 두 사람이 잘 타기 때문에 이쁜 자세와 말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모습이 어찌나 멋져 보이던지. 또 한편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항상 쉽게 싫증내는 내 성격에 저만큼 할 때까지 탈수나 있을까 싶어서, 괜히 또 일하나 저지르고 그만두는 거 아닌가 싶어서. 어찌되었든 9월, 10월, 11월에 25번 정도 레슨을 받고 창원에 있는 지방대회도 한번 구경갔다오고 나름 너무 재미있는 석 달을 보냈다.

주 2~3회 레슨을 받을 때 아침 6시에 일어나 시흥에 있는 마장에 도착해서 준비하면 7시, 한 시간이 넘게 말을 타고 샤워하고 출근하면 진료, 짬나면 졸기, 퇴근...

그렇게 말을 배우는 동안 몸이 많이 뻐근하고 피곤해서 병원에서 많이 졸고 쉬면서도 레슨 날만 되면 눈이 번쩍 번쩍 떠지는 게 신기했을 정도였다.

말을 탄다고 하면 보통은 경마를 많이 떠올린다. 말을 타고 신나게 달리는 그 모습이 가장 많이 연상이 되나보다. 사실 나도 승마라는 것을 알기 전에는 그랬었다. 우리나라는 경마인구와 경마산업에 투자되는 돈이 많기 때문에 말을 탄다하면 경마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을 말이다. 외국과는 반대의 상황이라고 한다.

승마는 말을 기승자의 의도대로 조종하면서 말과 같이하는 운동인데 말을 다룬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게 아니라고 한다. 체중, 고삐, 발, 채찍, 박차, 음성. 이 모든 것 하나하나를 사용해서 말을 움직여야 하는데 몇 년씩 배운 사람들도 잘 안된다고 한다. 레져 승마처럼 그냥 걷고 뛰고 산책하는 정도는 두세달에도 가능하지만 방향과 속도와 걸음걸이 종류 등을 마음대로 조절해서 기승자가 원하는 모양을 그리며 움직이는 마장마술과 같은 경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그 과정이 몸으로 습득이 돼야하므로 쉽게 시작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다.

선생님이 석 달마다 뉴질랜드로 teaching program을 공부하러 가시기 때문에 지속적 으로 배울 수는 없지만 쉬엄쉬엄 취미로 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처음에는 말 무서운 줄 모르고 생초보가 1~2년 된 사람들하고 배우면서 겁 없이 따라하다 낙마도 두번 했고, 선생님께도 엄청 혼나고, 그것도 못하냐고 공부는 어떻게 했냐고 레슨하면서 고래고래 소리지르시는 통에 민망하기도 했지만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들 정도로 승마를 재미있어 했는데 석 달째 접어드니 말이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물어보니 타면 탈수록 점점 무서워지는 거란다. 말을 알게 되면서 위험한 것도, 조심할 것도 알게 되니 점점 무서워지는 것이고 다들 그러는 것이란다.

그래서 선생님 안 계시는 동안 혼자 가서 타보고 연습하려다 포기했다. 사고날까봐. 이제 4월이면 다시 레슨시작이다. 같이 할 수 있는 동무가 생겼으면 하는 바램인데 관심 있으신 분??

 

김광숙(인천 건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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