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일본을 용서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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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일본을 용서할 수 있는가?
  • 편집국
  • 승인 2002.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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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랑의 역사이야기

 

한 달 동안 한반도를 달궈 놓았던 월드컵도 이제 막을 내렸다. 월드컵과 관련해서 할 이야기는 너무나 많지만 그 중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을 짚어 보면, 월드컵을 통해 중국과는 멀어졌고 일본과는 가까워진 듯하다는 일부 언론들의 반응이다. 준결승전이 벌어지던 6월 25일에 도쿄 국립경기장에는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전광판을 보며 한국을 응원하기 위해 모였다고 한다. 반대의 경우라면 아마 우리는 일본의 상대국을 응원했을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일본이 경기를 할 때 내심 지기를 바라는 것은 아마도 한국인들의 보편적인 정서였으리라.

그렇다면 일본인들은 너그럽고 우리 한국 사람들은 속이 좁아서 그런 것일까?
그런 의문에 답을 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한국은 일본을 용서할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두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용서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할 수 없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용서할 수 있고, 용서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도 일본을 용서할 수 있다. 그러나 죄지은 자가 반성하고 사과를 하여 재발이 방지될 수 있기 전에는 용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는 지금 일본을 용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일본을 용서할 수 없는 점은 먼저 그들이 저지른 만행이 너무나 끔찍한 것이기 때문이다. 식민지시대 35년 동안 일제가 조선에 입힌 피해를 여기서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다. 그 중 지금도 그 상흔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 강제 동원 문제를 보자.

일제가 강제 동원했던 조선의 젊은이들은 약 700여 만 명이 된다. 당시 전체 국민의 25%에 달하는 수이다. 조선이라는 땅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일본군의 성노예, 총알받이, 군속, 노무자 등으로 끌려가 모진 고통을 겪었던 것이다.
그런데 더욱 문제는 이러한 만행에 대해 일본은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으며, 그에 대한 사죄 및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일본이 우리 민족에 저지른 범행은 위와 같은 만행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일본은 조선 후기에 자생적으로 성장해 가던 우리의 근대화를 저지하였을 뿐 아니라, 왜곡되게 만들었다. 우리 민족이 스스로 근대화해 가고 있었다는 것은 이제 많은 연구로 밝혀진 바이다.
그런데도 일본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이 근대화해 주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 내에 친일반민족세력을 육성함으로써 민족을 분열시켰다.

해방 이후 오랜 기간 동안의 군사 독재와 분단은 모두 일제의 근대화 왜곡과 분열 정책이 빚어 놓은 결과이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우리 민족의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과거를 반성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서 자신들의 죄과를 합리화하고, 새로운 침략 기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 이럴 때 일본이 사용하는 논리는 일제 시대의 ‘대동아 공영권’ 논리의 재판이다. 그리고 일본인의 조상이 한국인이었다는 사실을 일본 왕이 인정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우리 언론들은 흐뭇해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것 역시 일제 시대 때의 이른바 ‘동조동근’(同祖同根)설을 되풀이 하는 것이다. 우리와 일본의 조상이 같으니 일본이 우리 나라를 침략하는 것은 귀소 본능과 같다는 논리이다.

이런 때 항상 일본의 망언을 거드는 자들이 있다. 일제 시대에도 이광수 같은 자는 일본과 조선을 같은 피를 나눈 형제라고 함으로써 한일합병이 정당하다는 궤변을 늘어 놓았다. 그런데 요즈음 언론이 과연 이런 구실을 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방송이든 신문이든 일본인들이 한국에 우호적이며 한국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앞다투어서 보도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월드컵의 흥분과 열기에서 한발 물러서서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이번 월드컵을 왜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한 것인지를.

외신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월드컵은 우리 나라가 단독 개최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본과 공동 개최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공동 개최가 어째서 실현된 것인지, 그리고 왜 우리 정부는 공동 개최에 흔쾌히 동의했는지 한번 따져 봐야 한다. 혹시라도 한국과 일본 두 정부 혹은 기득권 세력 사이에서 어떤 묵계는 없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는 다시 한번 한일 관계를 되돌아 봐야 한다. 우리는 일본 민족 전부를 미워하지 않고 그럴 수도 없다.
다만 현재 일본을 움직이는 자들은 우리가 지금 당장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자들이며, 이런 자들의 도움을 받는 자들이 우리 나라의 각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자들이 그대로 힘을 갖고 있는 한 민주주의도 통일도 멀고 먼 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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