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민정책 편다더니 ‘영리병원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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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서민정책 편다더니 ‘영리병원 허용?’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9.10.0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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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연합, 복지부 ‘조건부 수용’ 강력 반발…“전국화 사전 포석”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가 지난 1일 제주도의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검토의견을 국무총리실 제주특별자치도지원위원회에 제출한 것에 대해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커질 전망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등 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연합)은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이번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조치는 전국적인 영리병원 허용을 위한 사전 조처이며, 의료비 폭등을 불러올 위험천만한 정책”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복지부는 검토의견에서 영리병원 허용의 조건으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유지 ▲기존 비영리법인의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전환금지 등의 기존 전제조건과 함께 ▲법인 허가제 및 복지부 장관의 사전승인절차 ▲병원급 이상 설립 허용 ▲보험회사 및 제약업체의 설립 및 지분참여 금지 ▲병원 운영 수익금 중 일정부분 공익적 목적 사용 방안 강구 등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보건연합은 “정부가 부작용을 완화하겠다는 조치는 사실상 영리병원에 대한 특혜조치”라며 “또한 이번 국회에서 정부 스스로가 의료법개정을 통해 무력화를 시도하는 조처들로서 그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보건연합은 “더욱이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은 작년 제주도민의 여론조사 결과 반대입장이 더 많아 중단됐던 정책”이라며 “그러나 이를 재추진한다는 것은 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으로서 그 정당성이 전혀 없다”고 피력했다.

당연지정제도 ‘의료비 폭등’ 못막는다

보건연합은 이번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의 반대 이유의 첫 번째로 ‘의료비 폭등’을 제시했다. 영리병원은 수익을 좇는 기업이기 때문에 의료비가 상승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보건연합은 “미국의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보다 1인당 의료비가 20% 높으며, 특히 미국의 노인건강보험환자(메디케어)만을 보아도 영리병원의 의료비가 비영리병원보다 17% 높다”면서 “영리병원은 돈을 더 벌기 위해 과잉진료, 부당청구 등이 비영리병원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보건연합에 의하면, 아무리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유지해도 의료비 폭등을 막을 수 없다는 결론이다.

보건연합은 “이명박 정부는 연일 ‘친서민’ 정부임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의료비를 20% 이상 폭등시킬 영리병원 허용 정책과 같은 대표적 반서민정책을 추진하면서 어떻게 친서민 정부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영리병원 전국화의 ‘사전조치’

무엇보다 이번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의 심각성은, 제주도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만간 전국적 영리병원을 허용하기 위한 사전조치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보건연합은 “이제까지 영리병원 허용조치는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를 번갈아가면서 추진돼 왔다”면서 “경제자유구역에서 허용된 영리병원 허용은 제주도에도 곧바로 적용됐고 제주도에서 허용된 영리병원관련 규정은 경제자유구역에 적용됐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번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조치는 전국의 인천, 부산, 대구, 목포 등 강원도를 제외한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허용을 위한 사전조치이며 이는 곧 전국적 영리병원 허용과 다를 바 없다는 게 보건연합의 입장.

보건연합은 “이러한 전국적 영리병원 허용은 공공병원 7%의 공공의료체계 부재의 한국에서는 의료제도의 심각한 왜곡과 전국적 의료비 폭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부 제시 ‘조건’은 유명무실

보건연합은 복지부가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며 제시한 조건들이 실효성이 없거나 규제완화를 하고 있는 유명무실한 조건일 뿐이라고 못박는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유지’에 대해 보건연합은 “지금까지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외국법인 영리병원이 허용됐어도 설립되지 않은 것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안정적 수익창출을 할 전망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병원협회나 의료민영화 찬성론자들은 영리병원을 허용해 돈은 돈대로 벌고, 또 건강보험은 건강보험대로 적용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민원을 제기해 왔다”고 주장했다.

즉,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유지는 영리병원 허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규제’가 아니라,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영리병원의 진입장벽 완화조치인 것이다.

보건연합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영리병원 특혜조치일 뿐”이라며 “의료비는 의료비대로 상승하고 그 인상이 곧바로 건강보험 재정 고갈로 이어지는 것이 영리병원 건강보험 적용”이라고 피력했다.

‘보험회사 및 제약회사 지분참여 금지’도 전혀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앞문을 걸어잠가봤자, 곧 뒷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보건연합은 “정부는 이번 국회에서 의료법 개정을 통해 간접적 자본투자를 받을 목적의 병원경영지원회사(MSO) 설립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보험회사나 제약회사가 간접적으로 자본을 투자할 뒷문을 활짝 열어놓는 의료법 개정을 하면서 앞문만을 걸어 잠근다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비영리병원의 영리병원 전환 금지’도 실효성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보건연합은 “이번 의료법 개정에는 병원의 M&A를 허용하는 조항이 또 하나의 핵심개정사항”이라며 “비영리법인에 대해 합병목적의 법인해산을 허용하겠다고 하면서 비영리병원의 영리병원 전환을 어떻게 금지시킬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즉, 복지부가 ‘조건부 수용’이라며,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명분으로 내세운 그 ‘조건’이라는 것들이 모두 실효성이 없거나, 이번 국회에 상정된 정부 스스로의 의료법개정 독소조항으로, 무력화되는 조처들 뿐인 것이다.

영리병원 허용은 ‘민주주의에 정면 역행’ 조치

마지막으로 보건연합은 “이번 제주도 내 영리병원 허용이 민주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작년 7월 김태환 도지사는 자신있게 영리병원 허용여부를 제주도민의 여론조사로 결정하겠다고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나, 그 결과는 반대(39.9%)가 찬성(38.2%)보다 많아 정책추진이 중단된 바 있다.

보건연합은 “작년과 올해 달라진 점은 이 영리병원이 투자개방형 병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는 것 외에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제주도민의 민의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이번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의 추진은 민주주의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건연합은 “국민의 뜻에 귀 기울이고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는 최근 현 정부의 언사들이 최소한의 진정성이라도 가지려면 당장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또한 병원경영지원회사·병원인수합병 등을 허용하는 의료법개정, 병원채권발행법 등의 반서민적인 의료민영화 정책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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