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lling Field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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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ing Field 에서
  • 이동호
  • 승인 2009.07.1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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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친구들_(33)

 

그 땐 이념의 시대였기 때문이라고, 30년 전 그 때는 그럴 수 있었노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 이후 8,90년대와 새로운 21세기에도 여전히 동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에서 대규모의 학살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히틀러에 의한 홀로코스트가 역사상 최초의 대량학살이 아니었듯이 크메르루즈에 의한 대략학살, 이른바 킬링필드도 인류역사의 마지막 대량학살이 아니었던 게지요.

물론 폴포트의 ‘민주캄푸치아’ 정부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역사적인 평가가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4년동안의 집권기간 동안에 모든 지식인들을 포함한 2백만의 국민들이 정치재판과 강제이주, 집단농장건설과 강제노력 등의 과정에서 희생되었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 그 죄값을 물어 마땅할 것입니다.

폴포트의 크레르루즈 정권이 캄보디아에 남긴 상처는 너무나도 크고 깊어 아직도 캄보디아는 그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형기목사님과 함께 킬링필드의 현장을 찾았던 오후, 부슬부슬 내리는 비로 인해 박물관은 더욱 을씨년스러웠습니다.

유골탑만 덩그러니 서 있는 이곳에 일인당 몇 달러의 입장료를 내는 것은 가난한 나라를 찾은 관광객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었지만 정작 유골탑과 희생가들의 집단 매장터 이외에 킬링필드의 역사에 대한 평가기록은 고사하더라도 사실적 서술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무심함에 조금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말이 박물관이지 그것은 역사적 현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이곳에서 영화 ‘킬링필드’의 한 장면을 떠올리는 것 밖에는요.

죽은 자들 중에는 그들의 죄값을 치르는 자들도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지 정부를 위한 공무원이었다는 이유로, 대학 공부를 했다는 이유로, 심지어 영어를 할 줄 알며 안경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정치범이 되었고 그 무시무시한 뚜올슬랭감옥에서 결국엔 살아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학살에 대한 갖가지 증언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이곳 킬링필드에서 저질러진 어린 아이들에 대한 학살입니다.

총탄을 아끼기 위해 크메르루즈 범죄자들은 아이들을 커다란 나무에다 대고처 져서 죽였습니다. 죽어가는 아이들의 고통스런 비명과 절규를 그들은 어떻게 견디었을까요?

집단학살이 이루어졌던 구덩이엔 죽은자들의 옷가지들이 아직도 일부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유골부르서리과 치아조각들이 당시의 참혹함을 일부 보여주고 있습니다.

농업공산주의 유토피아를 건설하려고 했던 크메르루즈의 소년병들과 그들이 지도자들은 타고난 잔학성을 지녔을까요? 아마도 아닐 것입니다.

오랜 내전이 끝나고 크메르루즈전사로서 오랜 시간을 투쟁했던 이들은 대부분 민간인으로 돌아와 지금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불과 9년 전까지 그들은 캄보디아의 밀림과 산악지역을 근거지로 훈센정부에 대항해 투쟁을 계속했습니다.

폴포트가 병사하자 그들은 기나긴 투쟁을 끝내고 제각기 다시 그들의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훈센정부는 그들의 투항을 받아들였을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그들 지도부의 그 누구에게도 학살의 책임을 묻지 않았으며 아직까지도 캄보디아의 일부지역에서는 그들의 지배권을 용인해 주고 있습니다.

지난 달, 폴포트정권의 학살책임자 중의 한 사람인 이엥사리와 키우삼판 등이 전범재판소에 의해 기소됐다고 보도됐습니다.

하지만 국제적 여론에 떠밀려 구성된 ‘킬링필드전범재판소’에 임하는 훈센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미온적입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고 킬링필드를 단죄해야 한다는 주장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정치단체나 인권단체의 일방적인 기대일뿐입니다.

훈센정부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수치스러운 역사를 파헤치기보다는 그냥 덮고가가는 것일까요? 갈들을 봉합하기 위한 노력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주변의 시각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 때, 크레르루즈에 복무했었고 뒤에 친베트남 게릴라 부대의 지취관이 되었다가 결국엔 베트남괴뢰정부의 수반으로 권력의 중심에 오른 그의 이력을 생각한다면 그가 지난 역사의 청산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린 아이들을 쳐서 죽였다고 하는 바로 그 나무 아래서 서서 마음 속으로 기도합니다. 가엾은 어린 영혼들을 위해, 그리고 캄보디아의 슬픈 역사를 위해, 그리고 또 그 고통을 평생 안고 살아가고 있을 지금의 늙어버린 당시의 어린 전사들을 위해......또 캄보디아의 미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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