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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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산 넘어 산'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9.06.2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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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인프라 전무·시장견재력 상실·돈벌이 수단 전락 등

오는 7월 1일이면 노인장기요양보험 출범 1주년을 맞이한다. 이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성 질병을 가진 분 중 스스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20만여 명의 노인들이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받게 됐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 1년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알리고 있다. ▲대상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장기요양보험 인프라는 성공적으로 충분히 확충됐으며 ▲이용자의 삶의 질이 향상됐고 ▲가족의 부양부담이 경감됐다는 것이다.

과연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가? 안타깝지만 현장에서 들려오는 얘기는 복지부가 밝히듯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받고 있는 노인은 202,492명으로 65세 이상 노인의 5%에 불과하는 점, 저소득 노인들은 본인부담금 때문에 보험 혜택을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용률 78%),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요양기관들이 노인들에 대한 서비스 보다는 영리에 더 관심이 많다는 점, 그래서 비영리법인들 조차 노인장기요양보험 출범 이후 무한경쟁에 돌입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뿐만 아니다. 요양보호사들은 국가공인파출부 신세가 됐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와 건강보험관리공단의 역할분담 속에 관리 운영되고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부당청구, 불법 행위들로 재정 누수가 심각하다는 제보가 끊이질 않는다.

장기요양기관, 공공인프라 전무…시장 견제력 상실

복지부가 발표한 「노인장기요양기관 지정시설 설치 주체별 현황」에 따르면 요양시설은 2.7%, 재가시설은 1%만이 지자체가 설치한 기관이었다. 나머지 97%, 99%는 법인과 개인 등 민간에 의해 설치된 곳이다.

시장에 적절히 개입해서 가격과 서비스 질에 대한 적정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공영역이 적어도 30%는 돼야 한다. 노인장기요양시설은 100% 시장에 맡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된 것이다.

이는 요양시설을 할 수 있는 자를 비영리법인이든, 영리법인이든, 개인이든 상관하지 않고, 누구든 할 수 있게 자격제한을 두지 않고, 일정 기준의 설치기준만 갖춰서 지정을 받으면 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요양기관은 양적으로는 급격히 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시설 ‘독과점’도 심각

시군구별 노인장기요양기관 독과점 현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1개 법인(또는 개인)이 4개 이상 장기요양시설 운영 현황(2009년 6월 3일 현재)」(별첨)을 살펴보면, 1개 법인이 10개 이상의 요양시설을 운영하는 곳이 2곳이나 됐다.

강원도 속초시의 경우 입소시설 6개 가운데 5개를 한개 법인이 운영하고 있는데, 이 법인은 속초시에서 전체 13개의 요양시설 중 10개의 요양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장기요양시설 독과점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고 더 잘 운영할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한 지역에서 요양기관이 동일 법인에 의해 독점 운영하고 있을 때 그 법인이 불법행위를 했을 경우 이를 견제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독과점의 폐해는 일본사회에 엄청난 재앙을 가져단 준 ‘콤슨 사태’에서 그 교훈을 찾아볼 수 있다.

‘콤슨 사태’는 2007년 10월 일본 최대 노인요양업체인 콤슨(comsn)사가 지원금 횡령 등 비리사건으로 48년만에 폐쇄명령을 받고 문을 받게 되자 요양서비스를 받던 노인과 종사자들이 요양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개호난민’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던 사건이다.

공공서비스를 민간에 맡기게 됨으로 해서 일어난 사회적 재앙이었던 것이다.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은 “지자체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시설이 부족하면 직접 설치하고, 공급이 과잉되면 엄격한 관리를 통해 지정취소 해서 시장에 맡겨진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서비스와 가격 기준을 세워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재가시설 등 과잉공급 심각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자격취득자는 2009년 4월 현재 456,633명이다. 애초 예상 적정인원은 5만명 정도였던 것에 비추어 보면, 8배나 많이 요양보호사가 배출됐다.

장기요양보험제도 하에 일할 수 있는 인력이 10만 명(간호사, 물리치료사 등 포함)인데, 40만 명의 요양보호사가 국가공인자격증을 가지고도 실업자 신세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요양보호사 교육기관도 2009년 4월 현재 1,137개이다. 작년 1월 101개였던 교육기관은 16개월 만에 11배인 1,137개소나 늘었다. 재가시설도 2009년 5월 현재 13,815개로 1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충북 00군의 경우 2009년 3월 31일 기준으로 인구수는 33,401명, 노인인구수는 9,090명이며 장기요양보험 실제 혜택 인구수는 383명이다.

그러나 요양보호사 자격증 보유자수는 588명이며, 자격증 보유자 중 실제 활동하는 숫자는 266명이다.

장기요양보험 실제 혜택 인구는 383명인데, 요양보호사 자격증 보유자수는 대상자의 2배에 가까운 수가 배출돼 있는 것이다.

대상자는 한정돼 있고, 요양보호사는 넘쳐나는 상황이다. 대상자를 서로 유치하기 위해 서로 대상자를 빼오기도 하고, 요양보호사에게 대상자를 유치해 오도록 하고 있으며, 요양보호사로서 하지 않아도 되는 밭 일 등 농사 일에 투입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곽정숙 의원은 “하루 빨리 요양보호사 교육기관 신고제를 지정제로 바꾸고, 요양보호사들의 과잉공급 사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요양시설과 재가시설 인력기준을 강화해서 보다 많은 요양보호사가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곽 의원은 “13,000개가 넘는 재가시설 역시 설치 기준을 더욱 강화해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통해 돈벌이하는 시설로 전락하지 않게 해야 한다”면서 “이들 재가시설의 무한경쟁 아래 신음하는 요양보호사들의 인권도 돌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당청구 등 심각한 재정 누수…관리운영 주체체 인력 확보 시급

복지부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출범 이후 2008년 한해 동안 142개 기관을 조사, 그 중 108개 기관에서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복지부는 108개 기관에 대해 4억 4천 6백 만원을 환수하고, 20개 곳에 지정 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내린 바 있다.

또한 2009년에는 1차 62개 기관에 대한 현지조사 결과 56곳에 대한 행정처분을 내렸으며, 이중 4억 4천 4백 만원을 환수하고, 8곳에 대해서는 지정 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중 요양시설에 대해 현장조사를 실시한 것은 2008년 3차례 동안 단 6곳에 불과했고, 2009년에는 단 4곳에 대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전체 2016개 시설 중 단 12곳만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0.5%에 대해 현장조사를 실시한 셈이다.

이는 제대로 된 현장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현장에서는 거의 대부분 요양시설들이 부당청구 등을 통한 재정누수가 심각하다는 얘기가 들려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부당행위 유형은 ▲서비스 일수 증일 청구 ▲서비스 시간 증량 청구 ▲무자격자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비용청구 ▲수가 산정기준 위반 청구 등이다.

그러나 곽 의원은 “하지 않은 서비스를 했다고 하고, 무자격자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허다한 상황인데, 이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냐”면서 “1만3천개나 되는 재가기관과 2천개가 넘는 요양기관을 일일이 현장조사해서 부당행위를 못하게 관리 감독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심각한 재정누수를 눈뜨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된 근본 원인은 ‘비영립법인’의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라는 게 곽 의원의 생각.

곽 의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통해 장사를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정부가 기본 틀을 바꾸어야 한다”면서 “요양시설 운영자들에게 보다 더 엄격한 자격제한을 두고 스스로 불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근본 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등급외 경증 노인들에 대한 ‘복지 오리무중’

처음 설명했듯,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받게 되는 인정자는 65세 이상 노인의 5%에 불과하다.

요양등급을 인정받지 못하면, 노인장기요양보험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기 때문에, 1등급에서 3등급을 받지 못할 경우,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이다.

특히, 병이 호전되면 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요양시설과 본인 역시도 병이 호전돼 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제 노인장기요양보험 1주년을 맞이하면서 다시 요양등급 재승인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공단 직원들은 긴장하고 있다. 등급이 하향조정될 경우 감당해야 할 민원 때문에 잠이 안 올 지경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 인정자와 인정받지 못한 자 사이에 공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출범으로 나머지 노인들의 예방사업과 복지는 손을 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곽 의원은 “노인복지관에서 무료로 제공되던 서비스들이 이들 기관이 노인장기요양보험 사업에 뛰어들면서 대부분 사라지게 됐다”면서 “중증 노인들에 대한 서비스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경증 노인들에 대한 복지 서비스를 등한시 할 수는 없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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