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싹강의 사람들, 그리고 아침시장
상태바
바싹강의 사람들, 그리고 아침시장
  • 이동호
  • 승인 2009.03.30 16: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캄보디아의 친구들 이야기-(29)

강물을 땅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우리는 '보트피플'이라고 부릅니다. 배 위에 거처를 마련하고 물고기를 잡아 시장에 내다 팔아 생계를 잇는 사람들입니다. 주로 베트남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캄보디아가 베트남보다 잘사는 나라가 결코 아닐진대, 자기나라 버리고 넘어올 정도면 얼마나 살기가 팍팍한 사람들인지 짐작할 수 있겠지요. 물론 선상생활을 하는 사람들 모두가 다 베트남계 사람은 아니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톤레삽에 사는 어민들 중 호수 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베트남계도 있지만 캄보디아인들이 훨씬 많다고 합니다. 바싹강과 메콩강이 합류하는 유역에는 이들 보트피플들이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습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배 한척이거나 물 위에 떠 있는 오두막 한 채입니다. 땅 위의 집을 갖거나 임대할 경제능력이 없기도 하겠지만 또 이런 생활에 익숙해지다보면 그것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선상생활 자체가 하나의 삶의 양식이 되어버리는 그런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사흘 동안 이른 아침에 강변에 나와 이들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그들의 경제활동의 일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밤에, 혹은 새벽에 잡아 올린 물고기들을 어종별로 분류한 뒤 그것을 바구니에 담아 강변시장에 내다 파는 과정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강물은 북쪽에서, 또 서쪽에서 흘러옵니다. 메콩강의 본류는 프놈펜에서 톤레삽에서 흘러나오는 바싹강물과 합류합니다. 두 물줄기가 만나는 곳에 큰 도시가 번성한 것입니다.

메콩강은 중국 티벳에서 발원하여 라오스와 태국북부변방의 울창한 밀림지대를 거치면서 풍부한 영양소를 공급받습니다.

그리고 그 물이 우기 동안에 톤레삽에 저장됩니다. 강물이 역류하여 톤레삽이라는 거대한 저수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톤레삽이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민물어류의 보고가 된 것은 캄보디아인들에게는 신의 축복입니다. 앙코르문명의 융성도 톤레삽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날이 조금 밝아 오자 강변엔 장사꾼들이 조금씩 모여듭니다. 이들이 팔고 있는 것은 보기에 조금 징그러운 개구리입니다.

껍질을 홀랑 벗겨 나무꼬지에 꿰인 개구리들은 선상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값싼 단백질원입니다. 생선말고 말이죠.

배에서 올라온 여인들이 개구리꼬지를 사갑니다. 물고기를 내다 판 돈으로 그들은 그렇게 쌀과 찬거리들을 사서 배 위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이른 아침이면 강가 선착장에 배들이 하나둘씩 모입니다. 배의 바닥엔 잡은 물고기들이 가득 실려 있습니다.

그것들을 꺼내어 어종별로 분류한 뒤 큰 대야나 주리에 담아 가까운 아침시장으로 가져갑니다. 아주 작은 민물새우에서부터 민물고기라고 믿기지 않을만큼 큰 물고기들이 그물 가득 담겨있는 것을 보고있으니 저까지 즐거워집니다.

그것은 마치 만선의 기쁨을 가득 실은 어선들로 아침을 여는 포구의 모습과도 유사합니다. 바다는 아니지만 톤레삽이나 메콩강은 바다나 다름없습니다. 


 <이어서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