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신순희의 dental Antonia's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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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신순희의 dental Antonia's line
  • 신순희
  • 승인 2004.10.26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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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지금 우리사회는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 대안의 리더십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여성이 있다.

2004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02년 여성의사비율은 18.4%, 여성치과의사는 21.6%, 여성한의사는 11.9%, 여성약사는 61.9%라고 한다. 의사직업군에서는 치과계 비율이 가장 높다. 그러나 여성치과의사의 비율이 높다는 사실이 여성치과의사 리더의 비율까지 높게 담보하지는 않는게 안타깝고도 당연한 현실이다.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학창시절 학업 성취도에서, 여러 문화행사에서, 학생회로 상징되는 운동권에서, 또 졸업후 수많은 수련기관과 개원가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나이와 리더쉽이 꼭 정비례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쯤 이 사회의 리더로 성장해 있어야할 나이의 여성 치과의사 세대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의 의문은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도, 나는 그들이 필요하다. 왜냐면 지금이 19세기도 아닌 21세기인 마당에 역할 모델 하나 없이 맨땅에 해딩하듯 내 인생을 가늠하고 싶지도 않고, 또 가정과 치과 이외의 사회분야에서 내 자리를 잡고 일정한 역할을 하고픈 나의 사회적 욕망이 선배들의 부재를 핑계삼아 흐지부지 되는 것도 바라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문득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가까이는 건치 주요 임원과 건치회장이, 또 대치 주요임원과 대치 회장이, 또 정치권에 진출한 일단의 치과의사들이, 또 치과대학과 치과 병원의 장들이 거의 100% 남자로만 꽉 채워진 현실이 이제는 너무 익숙해서 심드렁하기까지 하다. '장'자 붙은 여성치과의사를 찾으려면 여자치과의사회를 가보는 게 유일한 길인가 싶다.

혹자는 말한다. 안시켜준게 아니라 여성들이 스스로 안하는 거라고. 그런 혹자께서는 긴장을 푸시기 바란다. 나는 결코 시비걸자는 게 아니므로.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 등을 들먹이며 논쟁을 해보자는 것도 절대 아니므로.

나는 그냥 그들이 보고프다. 나보다 조금 앞서 인생을 살아간, 조금 앞선만큼 조금 더 힘들었을지도 모를, 여성들의 삶이 보고플 뿐이다. 근데 잘 보이지가 않는다.

그러나 내 눈에 안보이는 것은 부재의 증거가 아니라 내 시력의 오류임을 믿기에, 또 내 시력의 오류는 여성사를 드러낼 언어와 조명의 부족에 기인하는 보편적 현상임을 알기에, 그리고 그것은 유리천장처럼 강고하나 결국 내가 깨고 올라가야 할 길이기에, 얼치기 열정일지언정 가슴가득 품고서 내가 보고픈, 아니 우리 모두가 보고픈 그들을 찾아나서기로 했다. 그것이 연재 기사인 dental Antonia's line의 기획 의도이다.

모계 세대의 역사 혹은 여성주의적 여성 연대라고 부를 수 있는 치과계의 여성 인물 대동여지도를 만들고자하는 야무진 꿈도 있고, 또 낀 세대로 자칭하는 내가 비슷한 고민을 할 후배들에게 역할모델을 제시하고픈 원대한 포부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목적은 '드러내기'가 될 것이다.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면서도 여전히 정치적 소수의 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여성들, 그 소중한 한사람 한사람의 삶을 드러내서 함께 나누고 어루만지고 손을 맞잡는 일이 그 자체로 하나의 목적이 되기에 충분한 시기가 지금 시기이고, 또 그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이 또다른 연재의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여성 영화의 대표 교과서라 불리는 영화 안토니아(Antonia's line)을 보면 모계가족 4대의 Herstory가 나온다. 2차 세계 대전 직후 고향마을로 돌아와 농장을 일구는 안토니아는 산업화 세대를 상징하는 1대이고, 화가이자 동성애자인 다니엘은 안정된 경제 기반위의 감성과 예술을 상징하는 2대이며,
천재적 지성의 소유자 테레사는 지식이라는 남성의 영역에 다가서는 3대,
그리고 증손녀인 소녀 사라는 미래의 무한 가능성을 상징하는 4대인데...

이들의 관계는 물론 핏줄로 이어진 관계이지만, 그것은 하나의 소재일 뿐, 주인공 안토니아는 장애인, 과부, 파계 신부 등 온갖 소외계층의 사람들과 함께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노동하고 교류하는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간다.

강인하고 자애롭고 건강한 안토니아의 가족들처럼, 여성이 여성에게, 아니 인간이 인간에게 사랑과 힘을 줄 수 있는, 그런 멋진 덴탈 라인을 꿈꾸며, 우리가 보고 싶은 그들, 숨어있는 치과계의 안토니아들을 찾아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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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2004-10-27 17:15:41
빨랑 본론으로 들어가 주세요.
재밌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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