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재정 2조4천억 흑자 “왜 발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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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재정 2조4천억 흑자 “왜 발생했나”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8.10.1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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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책임방기 없었으면, 흑자 규모 4조 이상 됐을 것

 

올해 건강보험 흑자규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에 따르면 2008년 9월 기준, 건강보험재정이 당기수지 1조 4,894억 흑자, 누적수지는 2조 3,845억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총수입은 15.2% 증가한데 비해, 총지출은 8.5% 증가하면서 지출 대비 수입이 6.7% 초과함에 따라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공단은 “9월 이후 급여비 지급 증가와 국고지원금 완납 등으로 자금여력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연대는 하반기 이러한 재정상황이 올해 말 ‘흑자규모’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2007년, 2008년 건보재정 현황(단위 : 억원, %)
건강연대 관계자는 “남은 하반기 수입-지출에 큰 영향을 미칠만한 변수는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전반적으로 급여비 지출패턴이 하반기 다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올해 당기수지는 최소 1조 2천억 이상, 누적수지는 최소 2조 1천억 이상 흑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해 건보 재정흑자 “왜 발생했나?”

그렇다면 최근 몇 년간 적자를 기록하던 건보 재정이 올해는 왜 흑자로 전환했으며, 그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섰을까?

시민사회단체들은 그 원인을 크게 2가지로 뽑고 있다. 급여비 지출증가가 감소했으며, 늦장 급여확대 시행도 누적흑자에 한 몫 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재정흑자의 가장 큰 요인은 보험급여비 지출이 예상보다 대폭 감소했기 때문인데, 올해 물가인상과 경기침체로 인한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이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2008년 9월 기준,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작년 평균 2.5% 대비 2배가 넘는 5.1%이고, 생활물가상승률은 이보다 높은 5.5%를 기록하고 있다.

가계경제가 어려워 지다보니, 의료비 지출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되고, 결국 국민 1인당 입·내원일수가 0.87회(일) 감소하는 등 마음 놓고 병원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건강연대 관계자는 “물가인상과 경기침체로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비부담 때문에 중․저소득층이 마음 놓고 병원을 갈 수 없기 때문에 지출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올해부터 식대 및 아동입원 본인부담이 상향되면서 국민의 부담은 늘었지만, 급여지출 증가율은 감소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같다”고 피력했다.

▲ 최근 건보 보장률과 의료비 부담 구성 변화(단위 : 억원)
특히, 보장성의 지속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보인부담 비용은 더욱 늘어나는 것도 한 요인 것으로 보인다. 2007년 기준 건강보험 보장률은 64.6%로 전년대비 0.3% 증가했지만, 비급여를 포함한 본인부담은 약 13조 4천억으로 약 1조 7천억 증가했다.

건강연대는 그 원인을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서비스를 무제한적으로 개발해 제공할 수 있도록 사실상 방치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늦장 급여확대 시행도 누적수지 흑자에 한몫

한편, 작년 급여확대가 결정돼 올해 시행돼야 할 항목들이 애초 계획보다 늦게 시행되면서, 보험급여비가 과소 지출된 것도 흑자에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 이미 급여확대에 필요한 비용을 보험료 인상을 통해 지불했지만, 애초 계획보다 시행시기가 늦어지면서 결과적으로 보험급여비를 과소 지출된 것이다.

예컨대 MRI의 경우, 당초 예상한 2,290억에 비해 시행 첫해(2005년)의 경우에 지출이 506억(22.0%)에 불과했으며, 그 다음해 역시 전년도 기준으로 예상한 지출규모와 비교하더라도 43.9% 수준에 그쳤다.

암환자 본인부담경감 역시 5,700억을 예상했으나 시행 첫해 585(10.2%)만 급여비 지출이 됐으며 그 다음해는 대폭 확대돼 3,819억(67.0%)가 지출됐으나 이 역시 당초 예상한 규모에 비하면 크게 미달한 것이다.

특히 산모 산전진찰 급여화의 경우, 2007년 시행하기로 했으나 시행되지 않다가 올해 10월에서야 급여가 시행됐으며, 작년 식대 및 아동입원 본인부담 인상을 결정하면서 다른 신규 급여확대를 통해 보전하겠다고 했으나, 시행시기를 하반기로 결정하면서 의료행위에서 급여비를 지급하는데 걸리는 소요기간을 감안하면 사실상 내년에나 지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책임 다했다면 ‘누적흑자는 4조’

무엇보다 건강연대는 누적흑자가 4조를 넘어섰을 것인데, 2조 3천억 원 정도에 그친 것은 정부가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끈다.

정부가 지급해야 할 국고지원을 준수한 적이 없으며, 내년부터는 ‘차상위 계층’에 대한 책임도 건강보험으로 떠넘기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1년 건보 재정이 파탄나며, 정부는 ‘특별법’을 제정해 지역가입자의 50%를 지원토록 한 바 있다. 그러나 특별법 시행 시기인 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한번도 국고지원 규모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

건강연대에 따르면, 2002년~2006년 국고지원은 5년 평균 44.3% 수준으로 법정지원율인 50%에 크게 미달했으며, 그 규모는 약 2조2,521억 원에 달한다.

아울러 2006년 특별법 만료에 따라, 건강보험법을 개정해 국고지원기준을 ‘지역가입자 급여비 및 관리운영비의 50%에서 예상 보험료수입액의 20%(일반 14%+기금 7%)’으로 변경, 국고지원액을 대폭 축소한 바 있다.

건강연대는 “국고지원기준 자체의 변동으로 국고지원액이 축소된 것은 일단 둘째치더라도, 보험료 인상분이 ‘예상 보험료수입액’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면서 “차기년도 ‘예상 보험료수입액’은 보험료인상액이 결정된 이후에야 그나마 상대적으로 정확한 추계가 가능하므로 정산시스템을 마련해 이를 보전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특히 정부는 의료급여에서 보장하고 있던 차상위계층을 건강보험제도로 편입시키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올해 차상위계층 중 희귀난치성 질환자(08년 기준, 약 22,437명)가 우선 전환됐고, 2009년부터는 18세미만(131,000명), 만성질환자(09년 기준, 약 88,014명)를 포함해 차상위 계층의 건보제도 편입이 전면화될 계획이다.

이로 인해 내년에는 건보 재정 중 약 7,248억 원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해 건강연대는 “국가 일반회계에서 책임지고 있는 차상위계층을 아무런 재정적 담보 없이 건강보험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것은 문제”라며 “이는 빈곤층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을 방기하고,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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