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덕쑥덕] 면접, 당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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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덕쑥덕] 면접, 당당하게
  • 편집국
  • 승인 2003.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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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갓 졸업하고 나름대로 자신감이 넘쳤던 나는 취업을 위해 모 대학병원에 지원한 적이 있었다. 1차 전공시험, 2차 실기시험을 합격하고 남은 관문은 3차 면접이었다. 취업을 위한 면접을 처음 접하는 나는 TV에서 보던 대기업의 면접을 떠올리며 나름대로 예상 질문과 대답을 작성해 열심히 외웠다.

1) 지원동기와 자기소개를 해보십시오.
2) 가장 잘할 수 있는 일과 미래에 대한 포부
3) 이 병원을 통해 이루고 싶은 비젼은? 등등

그러나 나의 예상과는 달리 내가 받은 질문은

1) 부모님은 무슨 일을 하시는가?
2) 누구 소개로 왔으며 이 병원에 근무하는 직원 중에 아는 사람이 있는가?

너무나 형식적인 이 두 가지 질문이 나의 첫 면접의 전부였다. 그 면접을 치룬 후 나는 밀려오는 허탈감과 자신감 상실에 사로 잡혔고 혹시 인맥에 의해 직원을 채용하는 게 아닐까 하는 피해의식 마저 들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내가 한 치과의 실장으로 있을 때 원장님은 나에게 직원채용의 권한을 주셨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치위생과를 갓 졸업한 학생이 면접을 보러왔다.

나는 우리 치과의 근무조건이나 업무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 뒤 원하는 급여에 대해 질문했고 그 위생사는 수줍은 듯 주는 대로 받는다고 대답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급여에 대해 면접시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건방지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아서 그랬다고 한다.

착한 인상과 겸손한 태도를 가진 그 위생사는 채용한지 1년을 못 채우고 친구보다 급여가 낮다는 이유로 치과를 그만 두었다. 요즘 많은 치과들이 성공적인 병원의 발전을 위해 직원채용에 얼마나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하는 지 궁금하다.

대부분의 치과가 그 병원이 원하는 우수한 직원을 채용하는 데 실패하는 이유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채용기준 없이 인상이나 외모 단순한 경력에 의해 직원을 채용하기 때문이다.

치과위생사가 합리적으로 치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치과에서는 면접 시 급여 및 근무시간, 근무부서 및 직무, 월차 및 휴가 등의 근무조건을 명확하게 공개해야 하며 수습기간을 통해 그 병원이 추구하는 이상과 목표에 얼마나 공감하는 지 그리고 업무능력에 대해서도 정확하고 신중한 파악을 해야 한다.

물론 치과위생사인 우리도 진정으로 원하는 치과환경에서 근무하려면 단순히 연차에 의한 급여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과 한계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원하는 근무조건에 대해서도 면접 시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직원을 건방지다는 시선이 아닌 자신감과 도전정신을 가지고 병원발전에 열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직원이라는 인식전환이 이제 우리 치과계에도 절실하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유은미(형치과 병원 임플란트센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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