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語) 달리자] 좋은 건치, 나쁜 건치, 이상한 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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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語) 달리자] 좋은 건치, 나쁜 건치, 이상한 건치
  • 류재인
  • 승인 2008.08.10 02:07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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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수필 대장정]7 - 류재인(경희 00졸, 건치 정책연구회 연구원)

 

언제였드라?.

처음이 언제였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어쩌면 확실치 않은 만큼 중요하지 않은 지도 모르겠습니다.

학교를 졸업하던 그해, 2000년 새겨울이라고 생각됩니다. 내가 기억하는 영상은 매섭게 추웠던 겨울날, 건치 사무실 옆에 있던 선화식당에 쭉 모여 앉았던 누군가의 흐릿한 모습들. (참고로 저는 기억력이 매우 좋지 못합니다. 선화식당이라는 이름도 얼마나 힘들게 찾아냈는지...ㅎ)

몇 잔의 술과 기억나지 않는 이유로 황급히 돌아가야 했던 자리. 아마도 누군가는 저를 소개했을 것이며(가장 유력한 분은 김철* 회원님이십니다. 저를 정책연구회로 이끈 주범!) 회원분들은 오, 그래 이번에 졸업한거야? 한잔하지? 뭐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미루어 짐작입니다.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왜 건치를 시작했을까요. 더 솔직히 고백하자면 제가 왜 학생 때 운동권이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구국의 강철대오 전대협을 지나 저물어가는 한총련 2기였던 새내기 시절, 전 제가 15년이 지나 정책연구회원일지도 몰랐고, 더군다나 나의 사랑, 건치! 하면서 이따위 글(편집장님 죄송합니다)을 쓰고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그래서인지 아직도 꿈만 같습니다. 그 시절들이, 그리고 지금 이 공간들이.

아마도...

고백하건데, 졸업할 즈음 저에게는 다짐이 하나 있었습니다. 대학생활을 헛되게 하는 선택만은 하지 말자는... 그렇습니다. 저, 살아온 모양새만 보면 운동권 맞습니다. 강성들만 한다는 사회부장도 했었구요, 그전에는 구국의 선봉대 대장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맨날 놀림당합니다. 하하하, 이분이 그 유명한...ㅡㅡ) 이쯤 되면 커밍아웃인가요? 후훗.

내친김에 하나 더 할까요. 농활 가느라 못한 시험 공부 때문에 전대에도 없고 후대에도 없는 과목에서 유급을 당한 사람이 저 맞습니다. (핑계, 맞습니다, 맞고요)

그런 내가 할 수 있는 선택,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다짐’은 다름 아닌 정!책!연!구!였습니다. (전도연의 인어공주처럼, 그 시절의 저로 돌아간다면 아마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리겠지요) 암튼 간에 그렇게 정책연구회 회원으로서 건치에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순조롭지만은 않았습니다. 몇 년간의 지루한 회의,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몸도 피곤하지만 회의시간을 지나 술자리가 되기만을 기다리던 그 순간들. (정책연구회에 왔다 절망하고 돌아가신 많은 회원 여러분! 끈기만 있으면 되요) 그렇게 누군가들이 모여 구강보건법을 만들고, 전문치의제 산맥을 넘어, 이제 치과보장성확대라는 거대한 강으로까지 흘러들어왔습니다.(피디수첩에 나온 그대들이, 난 자랑스럽소 ^^)

어쩔건데!
근데, 잘 모르겠습니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하고 있을지. 누구말대로 이대로 쭉 30년이 될지, 아니면 어느 날 갑자기 돈오점수가 찾아와 후원회원으로 남을지. 그건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제 인생과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한치 앞이나 열치 앞이나 같을까봐 두려운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이변이 없는 한 내년에도 새해 종소리가 울리는 날, 여전히 건치의 탈(?!)을 쓴 정책연구회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아마도 아직은 할만한가 봅니다.

ps. 별 하나에 사랑과


저도 누구처럼 정책연구회 사람들 이름을 불러보고 싶습니다. 근데 되게 쑥스럽다. ㅋ
정책연구회라는 이름과 동일하게 떠오는, 인생의 지도교수 정세환 샘, 가방끈보다 세상에 대한 열의와 열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일깨워주신 김용진 샘, 저한테 희생은 나쁜 거라고 가르쳐놓고는 희생을 말하는 자매같은 김철신 샘, 만나면 할말 없어 뻘줌하지만 이제는 서로에 대해 믿고 생각할 수 있는(나만 그런가?) 전양호 샘, 얼굴이 팔뚝만한 아니 팔뚝이 얼굴만한 정승화 샘, 이제는 같이 여름운동하는 친구같은(나만 그런가?) 후배 김아현 샘, 어느샌가 새내기 이경호 샘(결혼 준비는 잘 되가?), 짐칫 놀란 능력있는 박간사님.

그리고 정책연구회 제대로 나올 때까지는 미운 김경일 샘, 집안일과 육아하느라 고급두뇌를 잠시 쉬이고 계신 김영남 샘, 대표하시느라 바쁘신 곽정민 샘, 헌신하셨지만 논란과 파문을 일으키고 사라지신 최창균 샘, 언제나 알 수 없는 말을 하시는 양변 승욱 샘, 머리박고 공부만 하라던 신호성 샘, 여전히 똘똘한 홍수연 샘, 아직도 따뜻한 미소로 기억되는 고소영, 고대호 샘. 그리고 저 모르는 사이에 정책연에서 도망치신 이수영 샘, 김의동 샘, 등등.

그냥 함 불러봤어요. 말복에 보신은 하셨는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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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dsid 2008-08-14 15:27:31
최근 사진을 보여달라~ㅋㅋㅋ

장현주 2008-08-13 01:31:44
아니 기술인가? 어쩜 예술?...근데 이해한다. ㅋㅋ (진짜 이쁘게 나왔다. 맞선용으로 강추!)

조남억 2008-08-12 16:00:12
본문에 나온 사진이,,너무 참하게 나온것 같아요..........글을 읽는데,,,옆에서 말하는 것처럼,,들리네요.......

강민홍 기자 2008-08-12 15:21:05
'말달리자' 글들이 다 넘 재밌어요.근데 제목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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